주말 경제 5단체장 만난 노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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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오른쪽)이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5차 국제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 총회 개회식에서 이건희 삼성회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의 현대차 수사에 대해 "검찰, 국가기관으로서 속도나 이런 부분은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잘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일 경제 5단체장을 청와대 상춘재로 초청한 오찬 자리에서 "검찰 수사가 신속히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강신호 전경련 회장의 얘기를 듣고서였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나 정부가 어떤 의도나 정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우리 기업들 참으로 위대"=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3년 3월 검찰의 SK그룹 수사가 확대될 당시에도 경제 5단체장과의 오찬 모임 등에서 "적극적으로 개혁하려는 기업들이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적절히 통제되며 진행해야 한다"고 검찰 수사의 '속도 조절론'을 펼쳤었다.

이 때문에 '속도'를 포함한 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회생 조짐을 보이는 경제에 검찰 수사가 악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하는 우회적 기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그러나 "발언 그대로만 이해해 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오찬에서 노 대통령은 우리 기업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기업이 사회의 핵심이고 일자리의 원천이라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기업 쪽에서 보면 내가 친기업 쪽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해외에 나가 우리 기업의 활약을 보면서 이제는 참으로 우리 기업들이 위대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강조했다.

또 "나와 장관들이 외국에서 대접을 잘 받고 많은 성과를 거두는 것도 우리 기업인들이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시장을 개척해 온 덕택"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고유의 한드미 막걸리를 곁들인 오찬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강신호 회장이 골프 회동을 제의했고, 노 대통령은 "날씨가 좋아지면 그때 한번 보자"고 답했다.

◆ 노 대통령, 이건희 회장 만나=노 대통령은 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 총회 개회식에서 내빈들과 차례로 인사를 나누다 11개월 만에 이건희 삼성회장과 잠시 만났다. 지난해 5월 청와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회의 이후 두 사람의 만남은 처음이지만 가볍게 악수를 한 것 외에 특별한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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