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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가뭄에 세계곡물시장 몸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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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한남규 특파원】미국이 50년래 가장 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미국의 곡창지대이자 주요세계양곡 공급지역이기도한 중서부·남부 및 캐나다 접경 대평원의 수개월째 가뭄으로 곡물가격이 치솟아 미국경제뿐 아니라 세계곡물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리처드·링」미 농무장관에 따르면 21개주 1천개 군이 한재를 당하고 있다. 비가 거의 오고있지 않을뿐 아니라 고온과 열풍까지 겹쳐 곡물이 성장을 중지하고 말라 죽어가고 있다. 겨울을 지낸후 봄에 수확하는 겨울 밀은 문제가 없지만 봄에 씨를 뿌려 가을에 수확하는 봄밀은 예상의 절반밖에 자라지 않았고 옥수수는 아직 무릎에도 미치지 못하고있다.
이 때문에 양곡값이 치솟아 소맥은 4월에 비해 이번주 가격이 t당 23달러, 옥수수는 5월에 비해 17달러70센트나 뛰었다.
가격은 계속 오를 전망이다. 재고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창 많을 때 5천2백만t에 이르던 미국의 밀 재고가 6년래 최저인 3천3백60만t으로 줄었다. 대두도 84년이래 가장 적은 양으로 내려갔다.
미농무성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양곡재고량은 3억2천5백만t으로 77일분이다. 2년전 4억5건6백만t 1백1일분을 훨씬 밑도는 양이다.
미국은 그동안 양곡과잉생산에 따른 재고누적을 줄이기 위해 휴경장려 등의 정책을 펴왔다.
밀·옥수수·사료곡물(수수·보리·귀리 등)의 출하가격이 시장가격을 밑돌 때 정부가 생산가격을 넘는 값으로 인수하는 가격지지정책을 실시하되 일정율의 농토를 휴경하는 농민에 한해서 이같은 혜택을 주어왔다.
더구나 미국과 곡물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유럽공동체(EC)가 자급을 넘어 소련 등에 싼값으로 수출하는데 맞서 미국은 소련에 보조금을 줘가면서까지 밀을 수출해 재고량을 줄여왔다. 미국은 지난 두해동안 소련에 1천2백80만t에 이르는 소맥을 팔았다.
곡물값이 뛰면서 식료품값이 같이 뛰고 이에따라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되면 그동안 재고감축정책이 결정적인 화근으로 작용될 공산이 크다. 영향은 양곡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목초가 타들어가 가축을 달려고 내놓은 목축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농축업뿐 아니라 공업분야도 타격을 입고있다. 한발때문에 물을 많이 쓰는 제지업체, 알루미늄 및 화학제품공장들이 조업을 중단하는 사태에 이르고있다.
미농산물가격 상승은 한국에 적지않은 타격을 입힐 것 같다. 옥수수·소맥·대두의 대미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두의 75%를 대외수입에 의존하면서 거의 전부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고, 작년 전체수입의 60%를 미국에서 사오던 옥수수를 금년에는 질과 값이 좋다는 이유로 1백%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작년 한해 16억9천3백만달러의 대미농산물수입중 곡물류는 5억2천8백만달러(밀2백만t·옥수수 4백만t), 대두2억4건2백만달러(1백만t)에 이르렀다.
수입시장은 갑자기 바꿀수 없으므로 한국의 곡물수입가격의 상승도 피할 수 없어 금년 한국의 대미양곡수입가격은 50%정도 인상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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