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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나무] 중국사, 고대신화부터 현대까지 한눈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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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세계사와 함께 읽는
중국사 대장정 1~3

변영우 글·그림, 궁리,
각 208쪽·288쪽·180쪽, 각 8800원

'중국 진출이 곧 세계 진출'인 시대다. 한때 잠시 잊고 있었을 뿐, 이미 우리 역사에서는 지극한 진리가 아니었던가. 중국에 관한 저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이 즈음에 이 '진리'를 당당하게 표방한 독특한 읽을거리가 나왔다. '세계사와 함께 읽는 중국사 대장정'이라는 만화책이 그것이다. 만화책이지만 마치 중국 역사처럼 야심이 많은 책이라, '하룻밤에 읽는…' '한 권으로 읽는…' '재미있게 읽는…' 식의 책으로 생각하고 펼쳤다가는 금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첫 권은 중국 사람들조차 신화라 여기는 3황 5제시대부터 진짜 역사의 시작으로 보는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는 시기를 다룬다. 최초의 통일국가 진(秦)이 둘째 권의 첫머리에 등장해 전한(前漢)-후한(後漢)-위.진.남북조(魏晋南北朝) 시대-수(隋)나라로 이어진다. 마지막 권은 당나라 때부터 현대 중국에 이르기는 시기를 담았다. 즉 이 책은 방대한 중국사 전체를 모두 꿰뚫어 보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우리의 경우 '환단고기'말고 그 어떤 역사책이 단군에서 시작된 고조선의 역사를 이만큼이라도 설명하고 있는 책이 있었을까?).

이 책의 야심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말 그대로 '세계사와 함께' 만화로 그려 냈다. 중국사를, 그것도 신화시대부터 다루면서 신화시대부터 중국사와 충돌하는 현대사까지 세계사도 축약했다. 이는 작가의 말대로 "역사를 단편적으로 분해해서 마치 동서양이 전혀 상관없는 듯 배워온 역사"가 아닌, 서로 유관한 동.서양의 역사로 얽어 보겠다는 의지의 소산이다.

복잡한 중국사를 눈에 잡히게 그려 보이고, 게다가 세계사까지 아우르겠다는 의도는 그대로 만화 장르의 새 시도로 드러난다. 이 만화는 스토리가 분명한 만화의 보편적 양식인 4칸 구도를 버리고 전면 구도에 나아가 양면 펼친 구도까지 다채롭고 과감하게 시도한다. 삼국지의 시대 때에는 삼국 영웅이 동시에 한 면에서 다음 면으로 이어가면서 활약하고, 남북조시대에는 남북조의 역사가 각각 상단과 하단을 차지하며 이어간다. 영웅들의 전쟁과 국가의 흥망이 주 내용이 되는 통사(通史)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작가의 의지 또한 대단하다. 그래서 그 시대를 살아간 사상가.예술가.기인 이야기도 반드시 언급한다. 그러고도 수천 명의 등장인물 중 같은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세심한 캐릭터 설정, 그때 그런 옷을 입었겠거니 싶은 자연스러운 복식 재현 등 저자의 노력은 책 구석구석에 다다라 있다.

이 야심찬 책은 꼭꼭 씹어 먹지 않으면 영양을 공급받을 수 없는 만화책이다. 그 점에서 자칫하면 편하게 독서하려는 만화 독자들을 놓칠 수도 있다. 게다가 중국사를 관통하는 동안 '중국은 어째서 이런 역사를 가질 수 있었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한계다.

박덕규 단국대 교수 <문예창작과.'온 가족이 함께 읽는 중국 역사 이야기'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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