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자기한 안희정, 구속되나…측근 “입장 해명 의지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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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머무르고 있는 경기도 모처의 야산. 저녁까지 변호사들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정용환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머무르고 있는 경기도 모처의 야산. 저녁까지 변호사들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정용환 기자

2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머무르고 있는 수도권 모처의 야산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오후 5시가 넘도록 변호인단의 차량도 보이지 않았다. 은신처를 제공해준 인물이자 안 전 지사의 친구로 알려진 A씨는 안 전지사의 근황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해명할 의지가 있는 상태가 아니다. 뭐가 됐든 상황을 돌려놓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검찰이 안 전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차라리 (영장이 발부돼)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고 유죄든 무죄든 정리가 빨리 되는 편이…”라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安 측근 “상황 돌려놓기 어렵다고 생각” #이르면 내일 밤 구속 여부 결정 #추가 피해자 2명 제보 내용 공개 #“‘아가야’부르고 어깨 끌어 안았다”

성폭행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내일 결정된다. 서울서부지법 곽형섭 영장전담 판사는 26일 오후 2시 피감독자 간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안 전 지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다. 안 전 지사의 구속 여부는 26일 밤 또는 27일 새벽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9일 오전 서울서부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9일 오전 서울서부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두 차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안 전 지사는 “합의에 따라 이뤄진 성관계였다”며 업무상 위력을 동원한 성관계였다는 김지은(33)씨의 주장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의 변호인단은 “자연스럽게 이뤄진 남녀관계였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김씨의 진술과 수차례의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정황 증거를 통해 안 전 지사의 혐의가 충분히 의심된다고 주장하고,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강조할 계획이다.

검찰의 판단엔 안 전 지사가 관사를 떠나 수도권 야산의 지인 거처에 일시적으로 머무르고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청구 사유에 대해 “사안이 중대하고 도주 증거인멸 우려가 있으며 추가수사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23일 밝혔다.

한편 안 전 지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추가로 제기됐다. 민주당 경선 캠프 관계자 모임인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25일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김지은씨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관계자 A씨 외에 2명의 추가 피해 제보를 공개했다.

첫번째 제보자 B씨는 “안 전 지사와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적이 있다. 저를 너무 빤히 쳐다봐서 ‘그렇게 보시면 민망하다’고 말했다”며 “그런데도 안 전 지사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예쁘다’고 말하며 저의 어깨를 잡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겨 안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또 “(안 전 지사로부터) 남성 동료들에게는 오지 않았던 개인적인 텔레그램 메시지를 받기도 했고 공적으로 엮인 제게 ‘아가야’란 호칭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제보자 C씨는 “평소 안 전 지사가 저를 빤히 쳐다보거나 손이나 손목을 잡는 일이 많았다”며 “자신의 머리 스타일을 만져달라고 하거나 종종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옆자리에 앉으라고 말해 불편했다”고 밝혔다. 또 “식사자리에서 안 전 지사가 ‘편하게 앉아’라고 말하며 제 허벅지 안쪽을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손으로 쳤다”고 주장했다.

홍지유·정용환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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