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행자, 총선에 마음 돌렸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김두관(金斗官.사진)행정자치부 장관이 한나라당을 향해 연일 비난을 퍼붓고 있다.

아무래도 장관직을 더이상 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다. 金장관은 5일 행자부 직원 월례조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해임안이 가결된)지난 3일은 대의 민주주의를 남용한 치욕적인 날로 한국 정치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는 한발 더 나갔다.

"국가 발전보다 당리당략에 따라 행동해온 정치권이 해임안을 가결할 것으로 진작 예상했었다. 과거 독재정권부터 기득권을 지켜온 사람들, 새로운 시대에 맞지 않는 정치인들은 국민을 그만 괴롭히고 퇴진하라."

金장관의 공세는 7일과 8일 출연 예정인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도 金장관 해임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윤태영 대변인은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입장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행자부의 한 간부는 "金장관의 방송출연 계획 등을 감안할 때 추석 때까지는 사퇴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고, 경우에 따라 22일 예정된 행자부 국감 때까지도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다른 간부는 "지난 3일 이후 행자부의 대국회 업무가 사실상 마비됐다"며 "장관이 자리를 지키면 그 기간만큼 마비되는 부처 업무가 늘어난다"고 우려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한마디 하고 나섰다. 그는 부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국회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야당의 선택은 한가지밖에 없다"며 "수용 시한을 24시간 또는 48시간 등으로 정해놓은 것은 없지만 무작정 시간을 끄는 것 자체가 거부이므로 상식적인 선에서 며칠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盧대통령이 해임건의안 수용여부를 고민하는 동안 金장관이 자진 사퇴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예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청와대로선 해임건의가 명분없는 국정 발목잡기라는 측면을 부각하면서 타깃이 된 金장관을 교체해 한나라당의 예상되는 추가 공세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

한편 청와대는 5일 "盧대통령이 4일 만찬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은 (논쟁)을 비켜간다는 차원의 조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기원.김성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