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검사들 "김재록씨는 똑똑한 로비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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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기획관은 "김씨의 로비 의혹 수사를 맡은 검사 대부분이 금융 전문가들인데 이구동성으로 금융 지식이 해박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검사들은 압수된 물품 중 김씨가 작성한 보고서와 사업계획서 등을 살펴본 뒤 탄복했다는 것이다.

현재 중수부에서 김씨 사건에 투입된 검사는 모두 6명. 뛰어난 수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엘리트 검사들이다. 기업 수사에 정통한 검사들마저 김씨의 빠른 머리 회전에 놀라고 있다고 한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김씨는 말솜씨가 좋고 경제.금융 분야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영어 실력도 뛰어나다"고 했다. "김씨가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닌데 경제 관련 분야에서 누구보다 탁월한 실력을 가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다.

전남 영광 출신인 김씨는 가난한 수재들이 몰렸다는 구미 금오공고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고교 동문들은 "영어사전을 통째로 외우던 특이한 친구"로 그를 기억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직접 상대해 보니 '젠틀한 엘리트'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일반적인 브로커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김씨는 24일 구속 이후 충격과 불만 때문에 단식을 하기도 했으나 최근 검사들과 사적인 이야기도 나누며 조금씩 입을 열고 있다고 한다.

한 재계 인사는 김씨가 아서앤더슨 재직 시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의 문제점과 대책을 A4용지 한 장으로 요약, 보고해 놀랐던 일이 있다고 전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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