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적체 덜기위한 고육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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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현재 검토중인 일반직공무원에 대한 계급정년제도입은 그 실현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공무원 사회에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
어떤 제도든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지만 계급정년제의 도입은 공무원 개개인의 신분및 이해관계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비록 검토되고 있는 적용대상이 4급 (서기관) 이상의 상위직에 국한되지만 만약 이 제도가 실시된다면 상호 경쟁은 상위직에서 뿐만아니라 하위직에까지 즉각 파급될 것이 뻔하다. 공무원사회에서 가강 큰 즐거움으로 여기는 승진의 기회가 넓어지는 반면 탈락의 공포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총무처가 지난달 31일 밝힌「공무원인사적체해소방안 검토계획」은 바로 상위직에서 보이고 있는 인사적체현상을 제도적으로 해소시켜보자는 고육지책의 일환이라고 볼수 있다.
이계획을 발표한 김용갑총무처장관은『더이상 인사적체현상을 방관할 경우 몇년뒤 또다른 공무원사회의 정화및 숙정등에 의한 타율적인 체중감량이 불가피한 실정』이라며『법적·제도적 해결책을 강구하지 않는 것은 주무장관으로서의 직무유기로 생각한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81년이후 연도별 공무원퇴직 현황을 보면 82년을 제외하곤 전직종에 걸쳐 퇴직률이 매년 감소해 인사적체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별표참조).
다만 82년 퇴직률이 예외적으로 높은 것은 당시 전기통신공사가 발족되면서 체신부직원 3만3천9백73명이 퇴직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공무원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된것중 가장 큰것은 승진정체로 동일계급의 장기재직으로 인한 무사안일·무기력·무책임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총무처통계에 따르면 5급 (사무관) 에서 4급 (서기관) 으로 승진하는데 소요되는 평균연한이 공무원숙정 (80년) 이전인 79년의 7.4년에서 작년에는 10.5년으로, 4급에서 3급 (부이사관) 으로의 승진은 79년 7년에서 작년 9.3년으로 각각 크게 늘었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같은 현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심각해질 추세다.
특히 건설부·재무부등 일부 부처의 경우는 고시합격후 15년이상 사무관으로 그대로 주저앉아있는 공무원들이 수없이 많고 외무부는 지나치게 늦은 승급에 실망한 사무관이 78년에서 81년사이 매년 평균3명씩 민간기업으로 빠져나갔다.
외무고시 수석합격자가 그만 두기도했다.
이같은 현상은 상위직을 가급적 축소하거나 늘리지 않는「작은 정부」를 구현할 경우 더욱 심화될 형편이며 민간기업부문의 빠른 승진과 높은 처우도 유능한 인력확보를 더욱 어렵게 하고있다.
48년 정부출범이후 공무원 숙정은 모두 5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제1공화국시절 단행된 56년과 58년의 숙정이 주로 재정문제에 기인한 것이었는데 반해 3공화국이후 이루어진 62, 74, 80년의 3차례 숙정은 정치변혁기에 부정부패와 부조리 척결이라는 이롬으로 단행됐었다.
민심쇄신을 노린 정권적 차원의 신진대사는 결국 공무원들을 권력의존형으로 만들었고 정치적 중립·신분보장이라는 공무원 사회의 윤리를 깨뜨리는 결과를 빚었다.
그러나 한 계급에서 일정 햇수안에 승급하지 못하면 자동 퇴직해야하는 계급정년제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때 직업공무원제를 튼튼히 해준다고는 하지만 인사관리의 공정성이 우선적으로 확립되지 않으면 승진을 위한 과열경쟁과 부조리를 한층 가속화할 위험도 있다.
또 우수인력확보라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경험 있는 유능한 인력을 조기에 퇴직시키는 역작용을 일으킬 우러도 있다.
실제 계급정년제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는 경찰공무원과 외무공무원의 경우 이같은 역효과가 두드러져 경찰의 경우 12년으로 되어있던 경감의 계급정년을 85년에 15년으로, 15년의 경위를 18년으로 연장시켰으며 외무공무원은 10년의 3급 (부이사관) 계급정년을 87년 12년으로 늘렸고 12년의 4급 (서기관) 계급정년은 아예 없애버렸다.
결국 공무원 사회의 신진대사를 꾀하고 공무원들의 사기를 앙양시키겠다는 정부의 발상을 이해할수는 있으나 계급정년제도의 장단점을 층분히 검토해 대상자의 피해를 최대한 줄여야하며 이와함께 현재 실시되고 있는 명예승진퇴직제를 보완·확대하는 방안과 일본에서 채택하고 있는 일정 계급까지는 거의 같은 속도로 승진을 보장하고 피라미드 구조형태의 상층부에 가서는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함께 퇴직시키는 방안등도 검토해야할 것이다. <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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