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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중공의 새 변화 「학생 시위」|북경대생 시위로 본 문제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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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홍콩=박병로 특파원】「부르좌 자유화」를 요구하는 중공대학생을 중심으로 하는 시위사태가 중공에서 개방체제가 등장한 이래 중요한 사회적 변화의 하나로 주목을 끌고 있다.
86년 「후야오방」총서기의 사임을 몰고 왔던 대학생 시위에 이어 지난3일 북경대학생들이 벌인 천안문 심야데모는 이러한 사실을 뚜렷하게 반영한다.
이번 북경대생들의 시위는 그 규모면에서 86년에 크게 못 미치지만 시기적으로 중공당 13차 전당대회에 이어 제7기전인대(국회) 1차 회의가 끝난 직후에 발생했다는 점과 시위내용에서는 오히려 진일보하고 있다.
이번 데모는 2일 「차이칭 펑」이라는 북경대 대학원생이 대학구내에서 불량배에게 피살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사건의 발단은 치안부재라는 단순한 사건이었지만 북경대학생들은 이를 정치문제화 했던 것이다.
이점에서 86년 말 합 비료학 기술대학생들이 구 인민대표선거에서 당국이 후보를 일방적으로 지정함으로써 빚어진 작은 불씨가 전국적인 시위를 몰고 온 것과 흐름을 같이한다. 그 배경에는 대학생을 포함한 지식계층의 현 정책에 대한 욕구불만이 쌓여있으며 어떤 계기가 있으면 즉각 행동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대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졸업 후 진로를 포함한 지식계층의 소외감과 이미 두 자리 수를 넘은 물가 상승률, 부정부패 및 관료주의에 대한 강한 불만을 품고 있으며 특히 최근 가격체제개편에 따른 물가개혁과 이로 인한 인플레문제는 적지 않은 국민들의 반발을 사고있다.
최근 북경 「경제일보」에 따르면 1·4분기 중 중공 31개 대도시의 평균물가상승률은 13.4%에 이르고 있으며 그중 부식품은 24.1%나 올랐다. 특히 북경의 식품가격은 60%나 폭등했다.
중공 최고실력자「덩샤오핑」, 당 총서기 「자오쯔양」, 총리 「리펑」 등이 현 단계를 「관건적 시기」로 규정하고 5월30일∼6월1일에는 중공 중앙 정치국이 확대회의까지 개최, 물가개혁과 인플레문제를 협의한 것은 비록 물가개혁에 따른 인플레가 불가피한 과정이기는 하나 그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지식계층에 대한 사회적 역할과 대우에 대한 개선은 대학생들의 오랜 소망이었다.
지난해 중공 「광명일보」가 개최한 「중년지식분자 문제좌담회」에서는 40∼50대에 이른 중공의 교수·학자·의사 등 「중년지식분자」(중년인텔리)들의 수입 및 주택규모가 북경시민 평균수준에도 못 미칠 뿐 아니라 건강악화와 과중한 업무로 약62%가 만성병에 시달리고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발표된바 있다.
중공 대학생들이 지난 4월 전인대 개회 기간 중 국가교육위주임을 경임하고 있던 이붕 총리의 교육정책실패를 비난한데 이어 이번에도 그를 무능한 사람으로 비판한 이유중의 하나도 지식계층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다.
이번 학생들의 주장 중에는 현시대가 「49년이래 최악의 암흑시대」라는 표현도 있으나 이같은 주장은 동료들은 물론 일반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자유, 더 많은 민주화 등을 요구한 것은 86년 시위와 맥을 같이하지만 중공최고실력자 등소평과 그의 자녀들을 공개 리에 비판했다거나 「진보적 사회주의민주」보다 차라리 「허위의 부르좌 민주」를 원한다는 주장 등은 86년 시위보다 진일보한 것임에 틀림없다(중공은 서방세계의 민주를 돈 많은 부르좌 계층의 민주로서 허위의 민주라고 비난해왔다).
8일 「인민일보」「북경일보」「중국 청년보」등 중공의 대표적 신문들이 『개혁은 안정된 정치환경을 필요로 한다』는 등의 평론원 문장을 통해 북경대생들이 요구하고있는 사회주의민주주의발전, 법제강화, 관료주의 극복, 부정부패 일소 등은 정부의 임무와 일치한다고 긍정했다..
그러나 이들 신문은 각계각층의 주장은 정상적인 민주적 채널을 통해 제출돼야하며 시끄러운 방법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공대학생들의 불만은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음을 86년 말과 이번 시위가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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