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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와「진보」의 한판 대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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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한남규 특파원】미 선거드라마는 4막으로 구성된다. 제1막은 지명전, 제2막은 지명대회, 제3막은 선거 전, 그리고 투표가 제4막이다.
미 유권자들은 7일 캘리포니아주 등 4개 주의 예비선거를 계기로 연초부터 시작된 지명전의 막을 내렸다. 공화당은 이미 4월말「조지·부시」부통령이 후보지명에 필요한 대의원수를 확보, 일찌감치 지명전을 마감했지만 민주당은「마이클·듀커키스」매사추세츠주지사가 이날 4개 주 지명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름으로써 지명 선을 돌파한 것이다.
물론 제2막 지명대회가 민주당 7월, 공화당은 8월로 잡혀 있지만 두 후보자는 8일 주요 텔레비전들에 출연, 정견을 발표하는 등 사실상 제3막 선거 전의 문을 열었다.
지명전에 뛰어들기 전만 해도「듀커키스」는 무명인사였다. 워싱턴중앙정치무대에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그는 우선 운이 좋았다. 전통적으로 지명전의 첫 판세를 갈라놓는다는 2월 중순 뉴햄프셔주 예선이 그의 출신 주에 인접한 지역의 행사여서 지역 감정의 덕을 보는가 하면 초반 강세였던 「폴·사이먼」상원의원과 「리처드·게파트」하원의원의 격전으로 어부지리마저 차지했다.
미녀모델과 염문을 뿌린「게리·하트」의 재기도전도 유권자에 의해 무시됐다.
그러나 그의 승리를 운 때문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3대째 9년간 매사추세츠주지사로서 경제정책에 성공을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유능한 행정가이며 조직관리자라는 면모를 이번 지명전에선 유감없이 과시했고 앞으로 선거 전에서도 합리적인 정책을 수행할 대통령후보임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예비선거 과정에서 일부 주에서 패배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크게 승리해도 흥분하지 않는 냉철함과 합리적인 자세는 그의 경쟁자「잭슨」과 대조를 이룸으로써 그는 결과적으로 경쟁자 「잭슨」의 도움까지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시 말해 굳이 인종적 요소를 따지지 않더라도「잭슨」이 혁신과 모험을 대변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유권자들은 비록「잭슨」같은 카리스마는 없지만 오히려 답답할 정도로 차분한 「듀커키스」의 합리적 변화에 더 기대를 걸게 된 것으로 설명된다.
「듀커키스」슨 뿐 아니라 공화당의「부시」도 성향은 크게 다를 바 없는 인물이다. 당내에서도 온건파간에 추종자를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시」는 부통령으로서 행정부 정책수립 과정에 강력히 개입하거나 자신의 견해를 주장하기보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조용히 행동하는 형이었다.
「부시」와「듀커키스」두 사람 모두 모험을 피하고 그래서 결국 실수가 없었기 때문에 오늘의 승리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자기네 당의 어느 후보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거자금에서 풍부했고 조직이 탄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리스이민 3세인 「듀커키스」는 소수민족의 감정적·재정적 지원을 누구보다 많이 방아 뉴욕주 같은 대주의 승리를 걷어올릴 수 있었다.
하버드출신인「듀커키스」는 주 정부·측근 등에 하버드대출신 교수·학자 등을 기용, 중도적 진보주의 인물의 면모를 성공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부시」는「듀커키스」의 진보적 면모를 지적, 72년「닉슨」에게 참패한「맥거번」에 그를 비유하지만「듀커키스」본인은 역시 매사추세츠 출신인「존·F·케네디」에 비유되기를 즐겨 한다.
오는 11월8일 선거일을 5개월 앞두고 있어 앞으로 변화가능성은 크지만 지금으로서는 「듀커키스」가 여러 여론조사에서「부시」를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부시」는 7년간의 부통령재직기간 중 조세개혁정책수립과정에서 방관하는 등 별로 한일이 없었고 이란-콘트라스캔들을 모르고 있었다고 발뺌을 한 것 등으로 좋지 않은 이미지로 비쳐지고 있고 특히「레이건」그늘에 가려 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반면 북경대사·중앙정보국장 등 화려한 중앙정치경력의 배경을 업고 있는 그는 주 정부경력만을 갖고 있는「듀커키스」로서는 국제문제들을 다루기에 벅찰 것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두 사람의 싸움은 벌써부터 치열한 접전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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