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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수출도 꺾이나 경상수지 적자 돌아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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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생산이 줄어들고 내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경상수지마저 6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또 앞으로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대표 지수인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13개월 만에 하락했다. 이에 따라 내수가 본격 회복되기 전에 수출마저 가라앉아 연초 경기 회복세가 '반짝 경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어두워지는 경기지표=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산업생산 지수는 1월보다 4.4% 감소했다. 수출 주력 업종인 반도체(-6.4%).자동차(-6.8%) 생산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내수 경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소비재 판매액 지수도 전달보다 0.2% 줄었다. 35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보였던 1월(-4.4%)에 이어 계속 위축된 모습이었다.

특히 서민들이 많이 찾는 대형 할인점의 판매가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해(-4.9%) 어려워지고 있는 체감 경기를 반영했다. 대외 경제 활동의 척도가 되는 경상수지도 지난달 7억607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8월(4억8650만 달러 적자) 이후 6개월 만에 적자를 나타냈다. 최근 수출 증가세 둔화로 인해 상품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해외여행 경비 등의 지출이 늘어나면서 서비스 수지 적자가 계속 늘어났기 때문이다.

◆ 경기 회복 물 건너가나=정부는 최근의 경기 부진을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것으로 보고 하반기까지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재경부 김철주 경제분석과장은 "1~2월 경기는 설 연휴 등이 미치는 효과를 제거하고 봐야 한다"며 "1~2월 평균을 1년 전과 비교해 보면 생산.소비는 아직까지 5~20%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그리 나쁜 상황이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의 흐름에서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을 읽을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유가.원화 강세 등 악재가 겹치면서 전반적인 경제 심리가 계속 위축되고 있다"고 우선 지적했다. 그는 "내수 회복 기대는 높지만 구매력이 여전히 뒷받침되지 않고 있어 상.하반기 경기 회복.침체를 반복했던 2004~2005년의 패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태석 씨티은행 경제분석팀장은 "소비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소비가 1~2월 평균으로 보면 정부 말대로 5.1%(전년 동월 대비) 늘었지만 지난해 4분기(6.8%)는 물론 지난해 12월(9.6%)와 비교해 보면 큰 폭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실질적인 소득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저축률은 계속 떨어지고 가계 부채가 서서히 많아지고 있어 경기가 갑자기 냉랭해질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 수출 둔화도 우려=수출의 지속적인 증가세 둔화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지난달 수출은 238억3080만 달러(통관 기준)로 1년 전보다 16.8% 증가했지만 수입(234억470만 달러.27.2% 증가)이 훨씬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어 무역 수지의 둔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산은 늘었지만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재고가 쌓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 내수시장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면 더더욱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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