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살해 후 완전범죄 노린 60대 여성이 놓친 한 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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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늬 옷 입었다 살인 범죄 들통난 60대 여성(오른쪽) (왼쪽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중앙포토, 연합뉴스]

꽃무늬 옷 입었다 살인 범죄 들통난 60대 여성(오른쪽) (왼쪽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중앙포토, 연합뉴스]

80대 할머니를 무참히 살해한 뒤 범행을 은폐하려 한 60대 여성이 범행 17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광주 두암동에 있는 한 영구 임대아파트에서 80대 할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뒤 달아난 혐의로 손모(67·여)씨를 긴급체포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손씨는 지난 10일 오전 9시50분,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에 홀로 거주하는 할머니 A씨를 찾아가 미리 준비한 둔기와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두 사람의 비극은 손씨가 A씨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급전이 필요했던 손씨는 A씨에게 10만원 씩 5차례에 걸쳐 총 5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손씨는 이를 갚지 않았고, A씨는 손씨에게 5만원씩 이자를 내라고 독촉하기 시작했다.

이에 화가 난 손씨는 이날 A씨를 찾아가 한참을 말다툼했다. 손씨는 비싼 이자에 항의했고, 그러다가 "나를 험담하고 다닌다"고 화를 내며 둔기를 무참히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손씨는 7시간 동안 범행을 저지르며 시신을 훼손하기까지 했다.

꽃무늬 옷 입었다 살인 범죄 들통난 60대 노인. 범행 전(왼쪽) 모습과 범행 후(오른쪽) 모습. [광주 북부경찰서 제공=연합뉴스]

꽃무늬 옷 입었다 살인 범죄 들통난 60대 노인. 범행 전(왼쪽) 모습과 범행 후(오른쪽) 모습. [광주 북부경찰서 제공=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손씨는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

A씨의 집에 가기 전 손씨는 양손에 목장갑을 껴 지문을 남기지 않았고, 범행을 저지른 다음 날 새벽 4시 40분쯤, 인적이 드문 시간을 이용해 현장을 빠져나왔다.

또 홀로 사는 할머니를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의식해 현관문을 잠그고 나왔다. 이 밖에도 신원을 들키지 않으려고 할머니의 보라색 모자를 훔쳐 쓰고 나온 뒤 엘리베이터 2층에서 미리 내려 계단으로 걸어 1층으로 내려왔다.

손씨는 A씨 집에 있던 금장 시계·팔찌·목걸이 등 귀금속과 현금도 들고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밝혔다.

A씨는 손씨에게 살해된 지 약 엿새 뒤인 지난 16일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집으로 찾아간 사회복지사에 의해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와 최근 연락한 지인 30명을 대상으로 탐문 수사를 벌였고, 손씨 역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손씨는 A씨 집 근처도 간적이 없다고 발뺌했지만, 범행 당일 손씨가 입고 있던 분홍색 꽃무늬 옷은 미처 감추지 못했다.

A씨 아파트 CCTV를 뒤지던 경찰은 분홍색 꽃무늬 옷을 입은 한 여성을 발견했고, 그 옷을 입은 손씨를 용의자로 지목, 손씨의 집에 걸린 꽃무늬 옷을 가리키며 범행을 추궁했다.

결국 손씨는 경찰의 손을 잡고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죄를 털어놨다.

경찰은 손씨가 A씨를 살해한 후 금품까지 훔쳐간 것으로 보고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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