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줄어든 세수 부가세올려 충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납세자들은 돈을 벌면 소득세를,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 재산세를, 그리고 번돈을 쓸때 (물건을 살때)는 소비세를 내게돼 있다. 소비세의 특징은 소득세나 재산세와는 달리 직접납세자가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고 물건값에 세금을 얹어내는 간접세라는 점이다.
또 소득세나 재산세는 소득의 다과나 재산의 크기에 따라 돈을 많이 벌거나 재산이 많은 사람은 많은 세금을, 수입이 적거나 가지고 있는 재산이 적은 사람은 적은 세금을 내거나 아예 안내는 수가 있는데 소비세의 경우에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은 세금을 내게 돼있다.
부자라고 물건값을 비싸게 받고 가난한 사람이라고 값을 적게 받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국세에서 차지하는 소비세의 비중이 크면 클수록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부담은 오히려 무거워지는 셈이 된다. 간접세가 역진성을 갖고 있다는것은 이 뜻이다.
세금은 납세자의 능력에 따라 부과돼야 한다는 응능과세의 원칙에서 보면 간접세가 무거울수록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할수 있다.
그렇다고 간접세의 비중을 대폭 줄이면 세수확보나 조세징수방법에 문제가 생긴다.
정부는 가장 바람직한 직접세와 간접세의 비율을 50대50정도로 보고 있다.
현재 내국세의 직·간접세비율은 41대59로 간접세의 비중이 훨씬 높다. 그만큼 돈없는 서민들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있다는 얘기도 된다.
이때문에 정부는 간접세의 비중을 낮추어나가는 것을 조세정책의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번 발표된 세제개편안은 부가가치세의 세율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세공제확대등으로 세수가 줄고 복지수요증대에 따라 재정지출이 늘어나면 부가가치세 세율을 높여서라도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얘기다.
이같은 방침이 실현되는 경우 간접세의 비율을 낮추어 저소득계층의 부담을 줄이고 조세형평을 기하겠다는 정부의 이제까지의 약속은 공염불이 된다.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의 소득세부담경감에서 생긴 세수감소를 저소득층에 불리한 부가세율인상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밖에 안된다.
부가가치세제는 75년 처음 도입될때부터 반대가 많았다. 제도가 너무 정교해 우리실정에는 시기상조라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시행해본 결과 당초 우려했던대로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지금은 과세대상자의 68.9%가 과세특례자라는 이름으로 부가가치세 적용에서 제외되고 있다.
올해 7월부터는 과세특례자의 범위를 더욱 확대, 특례자비율이 83%에 달할 전망이다. 제도의 시행이 더욱 후퇴하고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만신창이가 된 부가가치세의 세율마저 올려 서민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면 처음 도입때보다 더 강한 반발과 조세저항이 일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번 개편안은 부가가치세의 전면적인 세율인상은 세수동향을 보아 시기를 정하고 우선 내년부터는 영의 세율이 적용되는 외국인 상대의 음식·숙박업에 대해 앞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현재 면세혜택을 받고 있는 공무원 연금매점이나 농협소매점등 19개 유형의 정부업무대행 단체등에 대해서도 면세혜택을 철폐, 부가가치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부가세인상의 전주곡과같은 느낌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비세제는 일반소비세인 부가가치세를 대들보로 하고 그밖에 고급사치품에 대한 특별소비세, 주류에따로 매기는 주세, 전화서비스에대한 전화세, 담배에 대한 재정부담등 몇개의 개별 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돼있다.
재무부가 마련한 소비세개편안은 이중 특별소비세의 과세대상과 세율을 줄이는등 체제를 개편하고 전화세부담을 현행 방위세포함 25%에서 15%로 인하하며 주세의 세율체계를 재정립, 주류의 다양화·고급화를 이룩하며 담배관련 세제를 한미 담배협상에서 합의한대로 갑당 3백60원의 담배소비세로 일원화한다는 것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별소비세의 개편내용은 흑백TV·소형전기음향기기·모사및 직물류등 이미 생필품이 되어버린 일부품목을 특소세과세대상에서 제외시키고 그대신 새로 고급 사치품으로 등장한 카폰·비디오폰등 고급전화기·의자형 안마기등을 과세대상에 추가하며 특소세의 중심세율을 지금의 30∼40%에서 20%수준으로 낮추고, 5%에서 1백%까지 11개로 세분화돼 있는 세율구조를 5∼7개로 단순화 한다는 것이다.
전면적인 세율인하방침에 따라 컬러TV·냉장고·세탁기등 소비가 대중화된 품목은 물론승용차·보석류·귀금속·모피제품등의 특소세세율도 대폭 인하할 전망이다.
다만 휘발유·경유·LPG등 에너지관련제품에 대한 특소세는 유종간 세율을 조정하는 선에 그치게 될것이란 설명이다.
부가가치세 이외에는 대체로 세금부담을 경감하는 방향으로 개편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가장 기본이 되는 부가가치세를 올린다면 이같은 개별소비세의 부담경감도 의미가 반감되지 않을수 없다. -끝- <신성순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