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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패럴림픽 성공했지만 후진적 방송은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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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평창 겨울패럴림픽이 18일 막을 내렸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국민적 관심도가 20%대 초반(문체부 조사)에 불과했지만 ‘패럴림픽 생중계를 더 편성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국민의 호응을 얻을 정도로 기대 이상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 패럴림픽에서 한국 첫 메달(동메달)과 사상 첫 금메달을 딴 크로스컨트리 신의현 선수를 비롯해 컬링과 아이스하키 등이 선전하면서 감동과 재미를 함께 주었기 때문이다. 육체적 불편함뿐 아니라 차별적 시선까지 극복하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감동적인 역주와 달리 패럴림픽 중계권을 확보한 지상파 3사의 중계 행태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신 선수는 11일 첫 메달 시상식 직후 취재진에게 “중계 시간을 늘려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3사 모두 이를 외면하고 각 사별로 예정된 18~24시간을 고수했다. 국가기간방송이라는 KBS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계 시간을 늘려 달라”고 한마디 한 후에야 편성시간을 확대하겠다고 부산을 떨었으나 고작 30여 시간으로 늘리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여러 종목을 고루 중계하는 대신 중복 중계로 전파 낭비를 초래했다. 일례로 지상파 3사 모두 대통령 부부가 관람한 아이스하키 경기를 똑같이 중계하느라 시청자들은 신 선수의 금메달 장면조차 볼 수 없었다.

개최국에 어울리지 않는 ‘홀대 중계’ 비판에 방송사들은 낮은 시청률을 이유로 든다. 하지만 올림픽 주관방송인 미국 NBC를 비롯해 영국·프랑스 등 북미와 유럽 방송사들이 편성시간을 100시간 전후로 잡았다. 또 차기 개최국 일본(NHK 62시간)과 중국(CC-TV 40시간)이 우리보다 더 많이 중계한 걸 보면 상업적 이익을 위한 핑계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지상파 3사의 후진적 방송 관행을 이제라도 돌아보고 바로잡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