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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만 되면 최소 3억 번다"…'로또 아파트' 욕망의 줄 1㎞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층수 상관없어요 당첨되면 돈 빌려서"…전용 84㎡ 노리려면 현금만 10억원 있어야 

&#39;디에이치 자이 개포&#39; 모델하우스, 대기줄의 끝은 어디?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39;디에이치 자이 개포&#39;의 모델하우스가 문을 연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 방문객이 줄지어 서 있다. 2018.3.16   jieu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39;디에이치 자이 개포&#39; 모델하우스, 대기줄의 끝은 어디?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39;디에이치 자이 개포&#39;의 모델하우스가 문을 연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 방문객이 줄지어 서 있다. 2018.3.16 jieu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층수는 상관없어요. 당첨만 되면 주변에서 돈을 빌려서라도 계약할 겁니다."

[개포 8단지 견본주택 가보니] #새벽 6시부터 입장 대기 줄 #대기 줄 1㎞ 달해 교통 마비 #중도금 대출 안 돼 잘 따져봐야 #위장전입, 세무조사 감수해야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디에이치자이개포'(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견본주택 앞에서 만난 박모(56·서울 방배동)씨는 "최소 3억원 이상 시세차익이 예상되는데, 청약을 안 할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10만 청약설'이 나올 만큼 분양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디에이치자이개포' 분양 현장은 견본주택 개관 첫날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새벽 6시부터 견본주택 주변에 'ㄹ'자 형태의 대기 줄이 만들어졌다. 정오쯤엔 견본주택이 들어선 화물터미널 앞 부지를 인파가 가득 메웠고, 일대 교통은 마비됐다. 분양 관계자는 "대기 줄이 1㎞가 넘는다"고 말했다. 줄 끝에서 입장까지 4시간 넘게 걸린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견본주택 내부도 혼잡스럽긴 마찬가지다. 1층과 2층에 설치된 총 17개의 청약 상담 창구는 빈자리 없이 꽉 들어찼다. 방문객 입장이 시작된 지 1시간 만에 상담 대기순번표가 600번을 넘어섰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박윤서 분양소장은 "시간당 2000명 정도가 입장하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오늘 2만여 명이 찾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라고 말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에도 이 단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낮은 분양가' 때문이다.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4160만원으로, 주택형에 따라 최저 9억8000만~30억6500만원 선이다.

전용면적 84㎡는 12억5000만~14억3000만원, 전용 103㎡는 15억700만~17억2700만원 정도다. 내년 입주 예정인 '래미안 블레스티지'(옛 개포주공2단지)의 분양권 시세보다 6억~7억원가량 싸다. 시장에서 '로또 아파트'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당초 이 단지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4200만원대 중반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는 과정에서 가격이 내려갔다.

16일 서울 양재동에서 문을 연 &#39;디에이치자이 개포&#39; 견본주택을 찾은 예비 청약자들이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황의영 기자]

16일 서울 양재동에서 문을 연 &#39;디에이치자이 개포&#39; 견본주택을 찾은 예비 청약자들이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황의영 기자]

이 때문에 정부의 가격 통제가 역설적으로 분양 현장을 '로또판'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시중은행 PB센터장은 "시장 안정을 위한 분양가 규제가 오히려 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자산가들만 시세차익 등 혜택을 본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견본주택 방문객 중에는 자산가가 많았다. 서울 도곡동에서 왔다는 최창호(65)씨는 "현재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에 사는데, 당첨되면 공사하는 동안 거주할 것"이라며 "나중에 지금 사는 집이 재건축되면 이 집은 팔든, 자식에게 증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윤서 소장은 "사전 조사 결과 예비 청약자의 70%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거주자였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청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단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부담이다. 서울 대치동에서 왔다는 주부 윤 모 씨는 "중도금 대출이 안 돼서 불안하다"며 "여기저기에서 돈을 끌어와야 하는데, 중도금을 채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HUG의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현대건설 등 시공사도 자체 보증으로 대출해주지 않을 계획이다. 이 때문에 계약자가 전용 84㎡ 입주를 원할 경우 계약금(분양가의 10%)과 중도금(60%)에 해당하는 9억8000만원 정도를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임채우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중도금 대출을 안 해주는 경우 청약했다가 자금이 부족해 계약을 포기하면 청약통장만 날리고 5년간 재당첨 제한에 걸린다"며 "청약률이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발코니 확장 등 옵션이 대부분 유상이어서 추가 자금이 꽤 든다. 전용 84㎡ 기준으로 발코니 확장 공사 비용은 2600만~2800만원 선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39;디에이치자이 개포&#39; 견본주택 앞에 설치된 안내문. &#39;위장전입 직권조사를 실시한다&#39;고 적혀 있다. [황의영 기자]

서울 서초구 양재동 &#39;디에이치자이 개포&#39; 견본주택 앞에 설치된 안내문. &#39;위장전입 직권조사를 실시한다&#39;고 적혀 있다. [황의영 기자]

용적률(339%)과 건폐율(29%)이 지나치게 높은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용적률과 건폐율은 각각 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과 바닥면적 비율이다. 통상 업계예선 두 비율이 높을수록 면적에 비해 가구 수가 많아 주거 쾌적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아파트 동간 간격이 좁아 사생활 침해도 생길 수 있다. 용적률의 경우 재건축 단지는 대개 250~300% 정도다.

정부의 위장 전입 점검, 세무조사 등도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아파트 당첨자 중 청약 가점을 높일 목적으로 위장 전입을 한 가구를 거르기 위해 강남구청과 함께 부양가족 수 점수가 높은 당첨자의 실거주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날 견본주택 앞과 내부 곳곳엔 위장 전입을 직권조사해 처벌할 수 있다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강남구 일원동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한 아파트로, 현대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이 1996가구를 짓고, 이 중 1690가구(전용 63~176㎡)를 일반분양한다. 19일 특별공급을 거쳐 21일 1순위 청약을 받는다.

황의영·김지아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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