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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 대출"이라는데 왜 김씨에 거액 사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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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검찰이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내용은 현재까지 두 가지로 확인됐다. 지난해 5월 재래시장 패션몰 밀리오레의 모회사인 성창에프앤디가 서울 신촌 민자역사 쇼핑몰 공사를 하면서 500억원을 대출받은 부분과 지난해 6월 부천 투나쇼핑몰이 리모델링 공사에 325억원을 대출받는 것이다. 김재록씨는 성창에프앤디로부터 11억원, 투나쇼핑몰로부터 2억원의 수수료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해당 금융회사들은 정상적인 대출이라고 해명하고, 김씨는 대출 과정에서 컨설팅을 해준 대가로 수수료를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찰은 컨설팅 수수료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씨가 로비를 한 대가가 아니냐는 것이다.

성창에프앤디의 대출 과정은 복잡하다. 일반 대출이 어려웠기 때문에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밀리오레의 부동산 등을 담보로 하나은행에서 500억원의 단기대출을 받은 뒤 이를 근거로 ABS를 발행해 일반투자자들에게 이 증서를 팔아 자금을 조달하고, 곧바로 하나은행의 단기대출을 갚는 방식이다. 이런 대출의 전체 구조를 우리은행이 세웠고, 미래에셋증권이 500억원의 ABS를 인수한 뒤 일반투자자에게 팔았다. 우리은행은 ABS를 발행하기 위한 특수 목적 회사(SPC)를 세우기도 했다.

검찰이 주시하는 부분은 이 과정에서 김씨가 어떤 역할을 했기에 11억원이라는 거액의 수수료를 받았느냐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 전문가들도 법적인 하자가 없는 일반적인 ABS 발행이라면 해당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를 취급하려 하는데, 성창에프앤디가 김씨에게 거액의 수수료를 지급한 점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외견상 정상적인 금융기법에 따른 것인데 이에 대해 거액의 수수료를 지급한 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로비 등) 다른 명목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천 투나쇼핑몰 대출 건도 비슷한 구조다. 대출을 해준 우리은행은 합법적인 대출이었음을 강조한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이날 주주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투나쇼핑몰 대출은 지극히 건전한 대출이었다"고 해명했다. 우리은행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법으로 투나쇼핑몰 리모델링 사업에 대출을 해줬으며 담보력(451억원)도 충분한 우량자산이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측은 현재 대출금 325억원 중 100억원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투나쇼핑몰 측으로부터 2억원의 돈을 받았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김씨의 회사인 인베스투스글로벌이 컨설팅해 주고 받은 돈이라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정상 대출에 대한 컨설팅 수수료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다. 특히 이 대출이 실무자 선에서 정상적으로 결정된 일인지, 상부의 지시로 이뤄진 것인지에 따라 대출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검찰은 "정상적 경영(컨설팅)을 하면서 받은 것인지 아닌지는 방식과 기준을 분석해 보면 그 불법성을 알 수 있다"며 혐의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준호.윤창희 기자 <joonho@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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