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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준 투자"에 주가 5배 급등… 부실 심해 퇴출 위기 놓인 컴퓨터 업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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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욘사마' 배용준(34)씨가 28일 485억원대 주식 부자가 됐다. 배씨가 90억원을 주고 사들인 코스닥 주식의 가치가 원금의 다섯 배 이상으로 뛰어오른 덕분이다. "배용준이 투자했다"는 소식을 듣고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배씨의 주식 가치는 하루에 70억~80억원씩 불어나고 있다.

최근 연예계에는 수백억원대 주식 갑부가 속출하고 있다. 1위는 연예기획사 IHQ의 정훈탁(39) 대표. 그가 가진 주식의 가치는 28일 현재 883억원에 달한다. 정씨에 이어 가수 출신 이수만(54.SM엔터테인먼트)씨가 439억원, 변두섭(47.예당엔터테인먼트)씨가 317억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배우 중에는 장동건(34)씨가 52억원어치를 갖고 있다.

◆ 부실 상장사 싸게 사들여 '대박'=배씨가 투자한 종목은 연예사업과는 전혀 관련 없는 컴퓨터시스템 설계 업체인 오토윈테크. 부실이 심해 증시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였지만 22일 배씨가 일본 소프트뱅크와 공동으로 인수해 회사를 되살렸다. 배씨는 145만 주(지분율 38%)로 최대주주가 되면서 연예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그동안 거래 중단 상태였던 이 회사 주식은 27일 거래가 재개되자마자 '사자'는 주문이 폭주하면서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배씨가 산 가격은 주당 6220원이지만 28일에는 3만3550원까지 치솟은 것이다.

다른 연예계 주식 갑부들도 대개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상장사를 사들인 뒤 연예사업에 진출하는 방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기존에 자신이 소유한 연예기획사.영화사 등을 상장사와 합병시키는 우회 상장도 많았다. SM.예당과 일부 대기업 계열사 등을 제외하면 현재 증시에 상장된 거의 모든 연예 관련 기업이 이런 방법으로 상장사로 변신했다.

우회 상장 덕분에 연예기획사.영화사 대표들은 쉽게 부자가 됐다. LJ필름의 이승재 대표는 173억원, 스타엠(장동건 소속사)의 홍의 대표는 170억원,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전 대표는 132억원, 팝콘필름의 한성구 대표는 113억원어치의 주식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 '묻지마' 투자는 금물=대개 연예사업 진출이나 인수합병(M&A) 발표가 나오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기 쉽다. 그러나 장기적인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가가 떨어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통신업체 씨지아이와 합치는 방법으로 상장사가 된 서세원미디어그룹이 그 예다. 한때 주가가 액면가(500원)의 네 배인 2000원대까지 올라갔으나 현재는 8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이영애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뒤 이영애씨의 반발로 취소한 뉴보텍도 그렇다.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며 상장된 주식의 가치가 1600억원이나 줄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박동명 연구원은 최근 '우회 상장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이란 보고서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유명 연예인이 참여한다고 해당 기업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무리다. 더구나 일반인들은 주가가 급등한 뒤 공시를 통해 M&A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에 10명 중 8~9명은 손해를 보고 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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