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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1대1'이 재건축부담금 줄이는 압구정 재건축 묘수 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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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여가구의 압구정동 아파트 재건축이 시동을 걸고 있다. '1대1' 등 재건축 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달아오른다.

1만여가구의 압구정동 아파트 재건축이 시동을 걸고 있다. '1대1' 등 재건축 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달아오른다.

 ‘1대 1’ 재건축이 압구정 재건축의 묘수가 될까.

3구역 추진위원장이 밝히며 화두 #구체적 내용 없고 사례도 적어 #기존 주택크기 유지하려면 불가피 #재건축부담금은 개발비용이 관건

재건축 시동을 걸고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정부가 문턱을 높이기 전 대부분의 가구가 가까스로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1970~80년대 지어진 1만여 가구가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눠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말 선출된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 윤광언 위원장이 언급한 1대1 재건축 방식이 압구정 재건축의 화두로 떠올랐다. 윤 위원장은 "1대1 재건축을 통해 명품 주거단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1대1 재건축은 압구정에 그치지 않고 강남권 재건축 시장 전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강도 높은 정부 규제를 피하고 강남권에 최고 8억4000만원에 달하는 재건축부담금(초과이익환수제)을 줄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압구정

압구정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윤 위원장이 꺼낸 1대1 방식을 둘러싼 혼란이 일고 있다. 윤 위원장이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3구역 추진위 준비위 관계자는 “세부적인 사업계획이 아니라 사업방향”이라고 말했다. 1대 1 재건축은 사례가 많지 않고 압구정과 같은 대단지에서 추진된 적도 없다.

1대1은 주택 수 아닌 주택 크기 기준 

1대1 재건축에서 1대1은 주택 가구 수가 아니라 주택 크기를 기준으로 말한다. 재건축 전후 집 크기가 1대 1로 조합원이 기존과 같은(정확히는 비슷한) 크기의 새 아파트로 옮겨가는 것을 뜻한다.

오는 입주 예정인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 옛 신반포 5차를 허물고 다시 지은 재건축 단지다. 78, 84㎡(이하 전용면적) 555가구가 같은 크기의 595가구로 거듭난다. 조합원은 기존 집과 같은 크기를 배정받고 남는 41가구는 일반분양됐다.

강남에서 보면 강변북로 바로 뒤에 우뚝 솟아 있는 용산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56층의 초고층이다. 이 단지는 기존 렉스를 허물고 2015년 다시 지었다. 기존 121㎡ 460가구가 124㎡ 460가구로 탈바꿈했다. 렉스 재건축도 거의 같은 크기(121→124㎡)여서 1대1 재건축이다. 재건축으로 늘릴 수 있는 건축 규모 여지가 거의 없어 가구 수는 늘리지 못했다. 새로 짓는 집 크기를 줄였다면 그만큼 더 지을 수 있었다.

1대 1 재건축이 제도로 태어난 것은 재건축 역사와 비슷하다. 정부가 주택 건립 규모 규제를 하면서 예외로 완화한 게 1대1 재건축이다.

다른 주택사업과 마찬가지로 재건축도 주택 건립 규모 규제를 받는다. 정부는 기존 집보다 너무 넓혀 큰 집만 짓지 못하게 85㎡ 이하의 중소형 주택을 일정 비율 이상으로 짓도록 했다. 가구 수를 늘려 주택 공급량을 늘리고 큰 집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작은 주택을 건설하게 하려는 목적이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3년 재건축 등 도심 정비사업을 다루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 만들어질 때 재건축 건립 규제도 담겼다. 국민주택 규모(85㎡) 이하의 주택을 의무적으로 짓게 했다. 전체 건립 가구 수 대비 60㎡ 이하 20% 이상, 60㎡ 초과~85㎡ 이하 40% 이상이다.

압구정은 1970~80년대에 개발된 중대형 주택 위주의 고급 아파트촌이다.

압구정은 1970~80년대에 개발된 중대형 주택 위주의 고급 아파트촌이다.

대신 조합원 주택을 기존 전용면적 크기 이하로 지으면 이런 건립 규제에서 제외해 주는 예외 조항을 뒀다. 이게 1대 1 재건축이다.

처음엔 1대1 기준이 ‘기존 주택 규모 이하’였다. 1대 1 재건축을 할 때 조합원 주택 이외는 모두 85㎡ 이하여야 한다.

이후 건립 규제와 1대1의 기준이 다소 바뀌었다. 금융위기 이후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한 재건축 규제 완화의 하나로 건립 규모에서 '60㎡ 이하 20% 이상’이 빠지고 85㎡ 이하를 60% 이상만 지으면 됐다.

1대1의 범위도 기존 주택 규모 이하에서 30% 범위 이하로 바뀌었다. 기존 전용면적이 60㎡이면 78㎡까지 넓혀도 1대 1로 간주했다.

이처럼 1대 1 재건축의 매력은 중소형 주택 건립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대형 주택이 70% 차지

그래서 압구정과 같이 85㎡가 넘는 중대형 주택이 많은 곳에서 1대 1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셈이다. 기존 주택 크기를 유지하려면 말이다.

중대형 위주 단지에서 1대1 재건축을 하지 않고 조합원 주택 크기를 30% 넘게 넓히면 ‘85㎡ 60% 이상’에 걸려 일부는 주택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합원 90㎡ 100가구의 단지를 120가구로 재건축한다고 보자. 기존 크기 그대로 1대1로 지어 90㎡ 100가구와 85㎡ 20가구로 지을 수 있다. 1대1이어서 85㎡ 이하가 60% 이상이 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1대 1이 아닌 조합원 주택을 30% 넘게 키워 120㎡ 100가구로 짓고 60㎡ 20가구를 지으면 안 된다. 85㎡ 이하 60% 이상에 어긋나서다. 이 기준을 맞추려면 85㎡ 이하를 60%인 72가구 이상 지어야 한다. 조합원 중 85㎡ 초과인 48가구를 뺀 52가구는 85㎡ 이하로 집이 작아진다.

렉스와 신반포5차도 그런 이유에서 1대1 재건축을 추진했다. 렉스는 모든 가구가 85㎡를 초과해 기존 주택을 30% 넘게 키우면 상당수가 85㎡ 이하를 배정받는다.

신반포5차의 경우 기존 주택은 85㎡ 이하이지만 30% 초과해 넓히면 85㎡를 넘게 된다. 60%를 85㎡ 이하로 맞추면 85㎡ 이하의 집으로 들어가야 하는 조합원이 적지 않다.

압구정은 ‘고급 주택 1번지’답게 85㎡ 초과의 주택이 많다. 10가구 중 7가구꼴이다. 1대 1 재건축을 하지 않으면 적지 않은 가구 수가 기존 주택보다 작은 집을 배정받게 된다.

압구정 3구역 관계자는 “1대1로 하지 않으면 전체 4000가구 가운데 25%인 1000가구 정도가 더 작은 집을 배정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 크기 욕심을 버리면 사업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전체 건립 주택에서 조합원 몫이 줄고 일반분양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일반분양수입이 많아져 조합원이 기존 주택 평가액 외에 추가로 부담하는 사업비(추가분담금)이 적어진다.

조합원 주택 연면적이 1000㎡인 단지를 2000㎡로 재건축하는 경우. 1대1로 조합원 주택을 30% 넓히면 조합원 몫이 1300㎡이고 나머지 700㎡를 일반분양할 수 있다. 30%를 초과해 조합원 집이 1500㎡가 되면 일반분양분이 500㎡로 줄어든다.

일반분양분 늘리면 사업비 부담 줄어 

1대1 재건축은 초미의 관심사인 재건축부담금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 조합원이 들어가는 집 크기가 줄면 집값도 낮아 부담금이 감소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 후 집값에서 재건축 시작 시점의 집값과 해당 지역 평균 집값 상승분, 개발비용을 뺀 초과이익에 부과된다. 새집이 적으면 집값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도 일반분양 수입 증가에 따라 개발비용이 적게 들어간다.

다만 단지를 고급스럽게 지어 공사비가 많이 들어가면 개발비용이 늘어 부담금이 조금이나마 감소할 수는 있다. 재건축 사업 기간 집값이 별로 오르지 않는 것 외에는 재건축부담금이 줄어드는 묘안이 없다.

1대1 재건축은 임대주택을 짓지 않아도 될까.

재건축 단지는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건축 연면적 비율) 완화 인센티브를 받는 대신 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 건축규제 등을 적용해 법으로 가능한 용적률 범위를 넘어 법에서 허용하는 상한 용적률로 지을 경우다. 완화 받는 용적률의 절반을 임대주택을 짓는다.

재건축으로 500가구를 지을 수 있는데 용적률 완화 인센티브를 받아 1000가구까지 짓는 대신 늘어나는 500가구의 절반인 250가구는 임대주택으로 해야 하는 식이다. 임대주택이 들어서지만 일반분양분이 250가구 늘어나는 것이어서 일반분양 수입 증가로 사업비 부담이 줄어든다.

임대주택은 서울시에 건축비만 받고 넘긴다. 서울시는 현재 최장 20년까지 주변 전셋값의 80% 이하로 살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로 활용한다.

서초구 잠원동 옛 신반포5자를 재건축하는 아크로리버뷰의 조합원 주택은 재건축 전과 후가 같은 크기다.

서초구 잠원동 옛 신반포5자를 재건축하는 아크로리버뷰의 조합원 주택은 재건축 전과 후가 같은 크기다.

재건축 방식이 아니라 용적률 완화 인센티브를 받느냐에 임대주택 건립이 달려 있다. 래미안첼리투스와 아크로리버뷰에 임대주택이 없는 것은 이들 단지가 용적률 완화를 적용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래미안첼리투스는 용적률 완화 여지가 없었고 아크로리버뷰에선 주민들이 사업을 서두르면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지 않았다.

압구정 단지들은 재건축으로 높일 수 있는 용적률 여지가 많아 용적률 완화 인센티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 주민들이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지 않고 임대주택을 안 지을 수 있다. 이럴 경우엔 재건축 용적률이 법적 상한선보다 낮아져 사업성이 떨어진다.

지구단위계획 확정 후 세부계획 마련 

3구역 등이 1대1 재건축을 할까. 3구역 1대1 방식은 현재 추진위 위원장이 밝힌 포부에 불과하다. 앞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재건축 계획을 세워야 한다.

1대 1 방식이라 하더라도 30% 범위에서 주민이 원하는 크기는 다양할 수 있다. 오히려 크기를 줄여 추가분담금을 줄이겠다는 주민이 있을 수도 있다.

기존 주택 크기 내에서 둘로 쪼개는 ‘1+1’을 원할 수도 있다. 기존 주택이 140㎡이면 60㎡와 80㎡ 두 채를 받을 수 있다. 1+1 방식은 작은 집에 살면서 나머지 한 채로 임대수입을 낼 수 있어 요즘 관심을 끌고 있다.

압구정 재건축은 안전진단을 통과해 이제 겨우 사업궤도에 오른 상황이다. 먼저 압구정 전체 재건축 밑그림인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돼야 한다. 2016년 10월 서울시안이 나온 뒤 현재 심의 중이다. 확정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는데 서울시는 이른 시일 내에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되면 강남구청이 구역별로 주민 의견을 반영해 재건축계획을 세운다. 특별계획구역 6개 구역 중 4,5,6구역이 추진위를 구성했고 위원장을 뽑은 3구역이 조만간 만들게 된다. 2구역은 주민 동의율 저조로 늦어지고 있다. 1구역은 정밀안전진단 중인데 최근 정부가 강화하기 전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에 통과에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지구단위계획이 결정되면 1대1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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