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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인재 모시기 불꽃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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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엔씨소프트가 지난달 22~23일 본사에서 개최한 인공지능(AI) 콘퍼런스에서 이재준 엔씨소프트 AI센터장이 연구개발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가 지난달 22~23일 본사에서 개최한 인공지능(AI) 콘퍼런스에서 이재준 엔씨소프트 AI센터장이 연구개발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인공지능(AI)은 게임 밖을 내다보고 있다. AI가 콘텐트를 가공하고, 사용자와 AI가 서로 교감하는 새로운 정보 서비스를 선보이겠다.”

엔씨소프트, 7년간 연구성과 공개 #국내 우수 인력 확보전 포문 열어 #네이버, 기술·노하우 공유 행사 #카카오도 주요 대학서 채용설명회

15일 엔씨소프트가 AI 연구 현황을 공개했다. 그동안 쉬쉬하며 AI에 대한 외부 노출을 꺼리던 엔씨소프트가 주요 현황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1년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인공지능(AI) 연구개발 전담 조직을 만들고 7년 만이다. 창업자인 김택진 대표가 직접 챙긴 AI 조직은 현재 게임·스피치·비전·언어·지식 등 5개 연구팀(랩)에 100명 이상 규모로 커졌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달 22~23일 ‘AI 데이 2018’이라는 컨퍼런스도 열었다. 엔씨소프트 임직원과 산학 협력 중인 서울대·KAIST 같은 대학 연구진 등 300여 명이 참석해 그간 연구개발 성과를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김택진 대표는 “이제는 AI가 데이터를 학습하는 ‘러닝(learning)’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AI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현재 스피커만 겨우 출시된 시장에서 만족할 만한 AI를 누가 먼저 내놓을 것이냐가 앞으로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그런 연구를 해낼 인재들을 확보하려면 우리의 AI 연구개발 수준과 의지를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인공지능 전문가들과 앞다퉈 공동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그 성과를 경쟁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2년 전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 이후 차츰 늘어나기 시작한 국내 AI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장은 “2년 전 알파고 효과로 부쩍 늘어난 AI 석사급 인력들이 막 배출되고 있고 산학 협동연구도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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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오는 30일 학계와 산업계의 인공지능 분야 연구자들이 서로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네이버 AI 콜로키움’을 개최한다. 2년 전 ‘검색’을 주제로 처음 열린 이 행사는 지난해엔 ‘검색·AI 콜로키움’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가, 올해부턴 아예 ‘AI’에 초점을 맞췄다. 네이버의 간판 개발자들과 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한양대·KAIST·POSTECH·UNIST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무대에 오른다. 이런 행사를 통해 학계는 네이버의 방대한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할 수 있고, 네이버는 AI 네트워크를 만드는 효과가 있다.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 기회이기도 하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연구자들은 ‘이 회사에 가면 어떤 프로젝트를 할 수 있고 어떤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있는지’를 연봉 못지 않은 회사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며 “이들에게는 네이버의 AI 비전과 실력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우수한 인재 확보를 위한 투자나 M&A도 활발하다. 지난해 AI 스피커 ‘누구’를 출시한 SK텔레콤은 애플에서 AI 비서 시리(Siri)의 음성인식 개발팀장을 하던 김윤 박사를 지난달 SK텔레콤 AI 리서치센터장으로 영입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AI 스피커 ‘누구’의 사업개발과 별개로 AI 원천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다”며 “우수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뛰어난 리더를 영입하는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인수한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현재 네이버랩스유럽)을 성공적인 M&A로 꼽는다. 이들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 인재들과 협업하고 이들을 영입할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엔 김성훈 홍콩과학기술대 교수가 네이버 AI인 클로바 조직에 합류했다. 그는 “유연한 리더들과 유능한 연구개발자들이 많고 연구에 대한 절실함이 큰 네이버로 자릴 옮겼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도 최근 자연어처리 기술 기업 스캐터랩에 수십억원 규모로 투자했다.

카카오 역시 지난해 전국 주요 대학을 돌며 AI 인재 채용 설명회를 열었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대표로 있는 ‘카카오브레인’도 AI 인재 영입 통로다.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장은 “아마존·구글 같은 기업들이 직접 한국에 와서 AI 분야에서 우수한 논문을 쓴 박사들을 뽑아갈 정도로 ‘AI 인재 경쟁’이 치열하다”며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공개하면서 우수한 인재들에게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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