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세긴 세구나 … 시행 첫날 단말기 교체, 평소의 최고 5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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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정동 기자]

휴대전화 보조금이 재개된 직후 단말기를 교체하는 가입자들이 급증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지난 27일부터 같은 이동통신회사를 1년6개월 이상 이용한 고객에게 5만~21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되기 시작했다. 보조금 지급 첫날 단말기 교체건수가 급증한 반면 번호를 그대로 둔 채 이통사만 바꾸는 번호이동제를 활용한 고객은 줄었거나 변동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SK텔레콤은 27일 하루 3만956명의 가입자가 단말기를 바꾼 것으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평소보다 5배 가량 많은 수치다.<표 참조> 이 회사는 전체 가입자의 69%(1345만명)가 보조금 지급 대상이어서 단말기 변경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됐다.

회사 관계자는 "종전에는 신규 고객과 번호이동 고객에게만 대리점에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게 관행이었다"며 "그동안 이런 보조금을 받지 못한 장기 가입자들이 보조금 지급 시행 첫날 단말기를 대거 바꾼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번호이동으로 SK텔레콤에서 다른 이통사로 빠져나간 가입자는 평소의 60% 수준인 5140명에 불과했다. 번호이동으로 SK텔레콤으로 옮긴 가입자는 평소의 절반인 4310명이었다. 이 회사의 신규 가입자도 1만1400명으로 평소의 60~70%선이었다.

KTF의 경우도 27일 하루 단말기 교체고객이 5800명으로 평소보다 3배 정도로 늘었다. 반면 신규 가입자와 번호이동으로 다른 회사에서 옮겨온 가입자는 각각 3800명, 57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종전보다 10% 가량 줄어든 것이다.

LG텔레콤도 이날 단말기 변경이 1084건으로 평소(800~900건)보다 30% 안팎 늘었다. 번호이동(4772명)을 포함한 신규 가입자는 모두 7181명으로 평소(7000~7500명)와 비슷했다. 이통사 관계자들은"그간 신규 가입자와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들어간 불법 보조금이 이번 보조금보다 많았기 때문에 신규 가입자와 번호이동 가입자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보조금 재개를 계기로 이통사와 휴대전화 제조업체 간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가입자에게 엄청난 금액의 보조금을 주게 된 이통사들이 제조업체에 보조금 분담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시장점유율이 가장 큰 SK텔레콤은 삼성전자와 LG전자.팬택계열 등 제조사에 가입자당 평균 2만5000원의 보조금을 분담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와 팬택계열 등 대부분 제조업체들은 이 요구에 동의했지만 삼성전자는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통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제조업체에 분담시키는 것은 횡포"라고 대응했다. SK텔레콤의 요구를 모든 제조업체가 수용하면 KTF와 LG텔레콤 도 비슷한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글=이희성.홍주연 <buddy@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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