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3국 하이라이트>
○ .이창호 9단(한국) ● . 뤄시허 9단(중국)결승3국>
이 계산에 따라 전략의 강온과 진퇴가 결정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신산(神算)'으로 불려 온 이창호 9단이 서른이 넘으면서 "계산이 잘 안 된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가 지닌 최고의 무기 성능이 감퇴하고 있다는 고백이다.
장면 1(130~136)=흑▲의 강수에 130으로 씌운다. 흑A로 잡히기 때문에 당연한 수비이자 공격이다. 뤄시허(羅洗河) 9단은 131로 몰았고 여기서 이창호 9단은 이 판 최대의 기로에 선다.
빵때림은 줄 수 없다. 그게 프로의 본능이다. 더구나 백△은 이창호 9단이 던진 공격의 신호탄이었기에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자존심과 관계가 있다. 그래서 이 9단은 뭔가 찜찜한 가운데 131으로 살려 나갔고 흑은 133으로 기어 들어왔다. 결국 흑은 137까지 중앙을 다 이어 갔다. 가만히 보니 자존심은 지켰지만 수확은 없다. 형세는 계속 미세하다. 과연 이 수순 속에서 백이 놓친 것은 없을까.
참고도=놀랍게도 백1로 몰아 빵때림을 주고 3으로 뻗어 집을 지켰으면 백은 곧바로 승세를 확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창호 9단은 본인의 고백대로 이 절체절명의 고비에서 계산이 잘 되지 않았다. 계산이 잘 되면 수는 온유해진다. 예전 이창호 9단의 바둑이 '인내의 바둑'으로 비춰졌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계산이 손금보듯 정확하게 나타나지 않으면 수들은 부득불 강경해진다. 조훈현 9단이 나이 들면서 점점 더 강경해지고 이윽고 화염방사기처럼 뜨거워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