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치원의토론이야기] 상대를 편안케 하는 질문 던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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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잘 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질문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질문을 받으면 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하게 되어 있다. 대화의 성공 여부는 질문에 달려 있다. 따라서 대화가 그치지 않고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 사전에 질문 리스트를 만들면 요긴하다. 그 사람을 만나면 무슨 질문들을 던질까. 이때 뽑아 놓은 질문의 수는 많을수록 좋다. 대화에 임해서는 개방형 (open-ended) 질문에서 시작하여 세부 직접 (detail direct) 질문으로 나아가야 한다. 개방형 질문은 정답이 없기에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때로는 정확히 다시 질문함으로써 한 사안에 대해 제대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건성으로 듣지 않기 위해서다.

둘째로 대화의 주제나 상대에 맞는 분위기를 위한 장소 선정, 적절한 공간의 크기, 공간 안의 정돈상태 등도 고려한다. 특히 아랫사람과의 대화라면 상대가 편안함을 느끼도록 해 주어야 한다. 윗사람 자신부터 편안한 표정과 자세를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로 상대의 말에 공감의 반응을 보여주는 게 좋다. 상대의 말을 이해했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공감의 반응에는 몸짓언어로서 ①고개 끄덕임 ②얼굴 표정을 따라하는 표정반복 ③몸짓을 따라하는 동작반복 등이 있는데, 이것들은 상대와 심리적인 파장이 합쳐지게 만든다. 말을 통한 공감의 반응은 ④감탄사 ⑤단어반복 ⑥문장반복 등이다. 이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⑦상대의 말을 바꾸어 표현하는 환언 ⑧상대의 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해석 등이 있다. 다만 강력한 만큼 조심스럽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넷째로 때로는 상대가 대화를 주도하도록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상대의 문제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서 침묵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나치게 공감, 반복, 환언, 해석 등의 반응을 보이면 대화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오히려 침묵을 잘 다루는 것이 상대로부터 많은 것을 끄집어 낼 수 있는 비결이다. 한 주제에 대해 지나치게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은 좋지 않다. 따라서 다른 주제나 영역으로 대화가 이행해 가도록 주제를 바꿀 필요가 있다.

다섯째로 대화의 진전을 위해서 자신을 노출할 필요가 있을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를 편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지나치게 자신을 드러내 과시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욕구 충족이나 역할 남용일 따름이다. 따라서 아랫사람으로부터 자신의 신상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경우 어디까지 밝힐 것인가 신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대답을 하지 않는 게 좋다 하더라도 절대 무안을 주지 않도록 한다. 대화를 마칠 때는 무엇보다도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다시 언제 만날까. 그때는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좋은 대화는 좋은 질문으로 시작해서 좋은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강치원 원탁토론아카데미 원장.강원대 교수(wontak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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