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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커스 김형순 사장 "죄인이 무슨 할 말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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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해 10월 53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코스닥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던 로커스의 김형순(사진) 사장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그는 27일 "죄인에게 들을 얘기가 뭐 있냐. 다만 주주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로커스 매각 추진 배경을 소상히 설명했다. 로커스는 조만간 금융감독원이 온라인 음악업체인 벅스와 로커스 주식 합병 교환 비율을 결정하면 주총을 거쳐 합병 절차를 마무리 할 예정이다. 주총은 31일 열린다.

김 사장은 로커스를 팔려고 20여개 업체와 접촉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망한 회사가 뭘 가리냐"는 비아냥도 들었다. 벅스와의 합병은 우회상장을 바라는 벅스와 제 값을 받으려는 로커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김 사장은 설명했다.

그러나 감사기관이 로커스의 감사보고서에 '의견 거절' 의견을 내 이 합병이 무산될 뻔했다. 다행히 벅스가 앞으로 유상증자에 필요한 대금 전액(150억원)을 예치해 감사기관의 평가도 '적정'으로 고쳐졌다. 또 28일 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해 상장폐지의 사유가 되는 '자본 전액잠식 상태'도 해결했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은 5개월간 거래가 중단돼 휴지조각이 될 뻔한 로커스의 주식이 앞으로 제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합병이 이뤄질 것이란 소식에 로커스 주식을 가진 상장사들의 주가가 힘을 내고 있다. 그가 갖고 있는 로커스 주식은 전부 벅스에 넘어 가 회사채무 상환 등에 쓰인다.김 사장의 지분율은 당초 27%였으나 유상증자를 해 16.5%로 떨어졌다. 김사장은 "합병이 성사 일보 직전에 있지만 거래가 묶여 손실을 본 주주들에겐 얼굴을 들 면목이 없다"고 거듭 사죄의 뜻을 밝혔다.

◆ 로커스=1990년 콜센터 장비업체로 출범했다. 2000년 초 이 회사의 주식은 코스닥에서 주당 250만원(5000원 기준) 가까이 올라 '황제주'로 불렸다. 2003년에는 계열사 총매출이 2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벤처시장이 얼어 붙어 주가와 매출이 크게 떨어지자 경영실적을 좋게 꾸미려고 분식회계를 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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