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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In&Out 맛] 이탈리아 처녀 줄리아가 추천하는 '고향 맛' 웰빙 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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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찌고 영양소는 적은 패스트푸드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피자. 두툼한 라지 사이즈 피자 한 판의 열량을 다 소모하려면 지구를 몇 바퀴쯤 돌아야 한다는 공포스러운 속설도 나돈다.

▶ 롯데호텔 서울 "페닌슐라"의 루스티카 피자

"그건 미국식 피자 얘기"라고 줄리아 벤베뉴(27.사진)는 입을 삐쭉 내민다. 이 이탈리아 아가씨, 자기네 전통 음식이 '매도'되는 것이 꽤나 못마땅한 눈치다. 유창한 한국어로 반박을 시작한다.

"한국인들은 보통 반죽이 두껍고 토핑을 잔뜩 올려 푸짐하게 만든 미국식 피자에 익숙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정통 이탈리아식 피자는 얇고 바삭한 빵에 토마토 소스와 치즈.야채 등 간단한 토핑을 올린 '건강식'이에요."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했다. 변화가 빠르고 끈끈한 정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한국에서 직장을 잡고 생활한 지도 3년째. 이제 삼겹살.김치찌개 등 한식을 첫손에 꼽게 됐지만, 고향 생각이 날 때면 역시 피자를 찾게 된다. "이탈리아식으로 피자를 만드는 곳이 생겼다"는 말을 들으면 꼭 찾아가서 '검증'해보곤 한다.

서울에서 '진짜' 이탈리아식 피자를 만드는 곳은 사실 드물단다. 미국.한국식으로 변형되는 경우가 대부분. 하지만 최근 웰빙 바람으로 깔끔하고 담백한 정통 피자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줄리아의 추천을 받아 서울 시내에서 '정통 이탈리아식 피자 제대로 선보이는 곳'을 찾아 다녀봤다.

글=신은진 기자<nadie@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 빵이 얇고 바삭해야 '정통'

◆ 푸치니

진작부터 미식가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곳. 양옥을 개조해 꾸민 3층짜리 레스토랑 건물이 멋스럽다. 위층은 유리로 천장을 덮어 점심에는 햇살, 저녁에는 밤하늘 아래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벽면은 베네치아의 명물인 수공예 가면들로 장식했다. 손님의 3분의1 이상이 정통 피자 맛을 찾아 온 외국인들. 통밀에서부터 치즈까지 재료의 대부분을 이탈리아 현지에서 수입한다. 피자 1만4000~2만원선. 2호선 강남역 7번 출구 씨티극장 골목 언덕길로 100m .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밤 12시, 문의 02-552-2877.

◆ 페닌슐라

롯데호텔 서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젊은 고객들을 겨냥해 최근 캐주얼한 분위기로 새 단장했다. 소공동 대로에서 레스토랑으로 바로 연결되는 출입구를 마련해 호텔 내 레스토랑이란 인상을 지웠다. 가격도 일반 이탈리아 레스토랑과 비슷하다. 피자 1만7000~2만원선. 대표 메뉴는 이탈리아 시금치인 루콜라를 가득 얹은 루스티카 피자. 바삭하고 고소한 빵과 루콜라의 신선한 향이 입맛을 돋운다. 총 303평, 221석으로 규모가 커서 붐비는 식사 시간에도 마음 놓고 찾을 수 있다. 오전 7시~오후 10시30분, 02-317-7121.

◆ 피자 풀리아

앉아서 먹을 자리도 없고 배달도 하지 않는 테이크 아웃 전문점. 하지만 오븐에선 쉴새없이 피자가 구워져 나오고 매장 앞에서 기다리는 손님도 끊이지 않는다. 저렴한 가격으로 정통 이탈리아식 피자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1조각 2000원, 1판 6900원. 주방이 곧 매장인지라 피자 만드는 모습을 훤히 볼 수 있다. 밀가루 반죽을 막대기로 눌러 펴는 모습을 보고 10~15분 정도 쇼핑을 한 뒤 돌아오면 완성된 피자가 기다리고 있다. 월드컵경기장 내 까르푸 1층 식품매장. 따끈한 피자를 손에 들고 월드컵 공원으로 나가 햇볕을 쬐며 먹으면 제격. 마르게리타 피자에 이탈리아식 소시지인 살라미를 얹어 짭조름한 맛을 더한 디아블로가 인기다. 오전 9시30분~밤 12시.

◆ 레 뜨레 깜빠네

테이블 8개의 소규모 매장이지만 선보이는 피자는 26가지. 다양한 피자 중 하나를 고르기 어려우면 절반씩 다른 피자(half&half)로 주문할 수 있다. 담백한 마르게리타 피자와 피자를 반으로 접어 만두처럼 만든 칼조네 피자가 인기다. 맛도 맛이지만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배려하는 직원들의 친절 덕분에 단골이 됐다는 손님들이 많다. '3개의 종'이라는 뜻의 상호는 밀라노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따왔다. 홍대.신촌에도 매장이 있다. 피자 1만2000~2만5000원선. 한남5거리 외환은행 옆.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오후 3~5시는 휴식), 일요일 오후 1~10시. 795-1405~6.

*** 이탈리아식 피자를 먹을 때는 …

-마르게리타 피자부터 맛보세요. 빵집에 가면 아무 기교 없이 만든 식빵을 먹어봐야 그 집 실력을 알 수 있듯이, 피자 맛을 알려면 도우(밀가루 반죽)위에 토마토 소스와 치즈.바실리코만 얹어 내는 기본 피자인 마르게리타를 먹어봐야 한다.

-이탈리아 피자에는 피클이 없어요. 피자에 피클을 곁들이는 것도 미국식. 이탈리아에선 피자의 맛을 그대로 즐기기 위해 자극적인 피클을 먹는 것은 피한다.

-삼겹살에 소주, 피자에는 맥주. 줄리아가 피자와 가장 찰떡 궁합인 음료수로 꼽은 것은 콜라가 아닌 맥주. 현지에선 피자에 콜라를 마시는 건 어린이들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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