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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영상팀 늘리고 특별보좌관 22명 … “대통령 같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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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지난 9일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두해 9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안씨는 현재 수도권의 지인 집에 머물고 있다. [김상선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지난 9일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두해 9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안씨는 현재 수도권의 지인 집에 머물고 있다. [김상선 기자]

수행비서 김지은(33)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기존 조직과 중복되는 별도의 홍보팀을 운영하고 대규모 정책 특별보좌관을 위촉해 관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안 전 지사가 “대권을 염두에 두고 무리하게 예산을 낭비해가며 도정을 운영해온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 전지사는 2010년 취임 직후 공보관실(홍보협력관실) 산하에 미디어센터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미디어센터는 온라인팀, 도정신문팀, 콘텐트팀 등 3개 부서로 구성됐다. 근무 인원은 센터장(4급 대우)을 포함해 15명이다. 이 가운데 콘텐트팀은 도정이나 안 전 지사 활동 영상제작을 주로 해왔다. 팀장(5급)과 사진과 비디오 담당, 일반 행정직 직원 등 4명이다. 이와 관련, 홍보협력관실 한 직원은 “도정보다는 안 전 지사 개인 활동을 다룬 영상 제작에 주력한 부서였다”고 말했다. 온라인 팀은 도청홈페이지나 안 지사 관련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등을 관리한다.

도지사 행사에 홍보·수행 20명 출동 #“대권 염두 예산 낭비하며 도정 운영” #검찰, 이르면 주중 안 전지사 재소환 #추가 폭로자도 이번주 고소장 제출

이 가운데 사진과 비디오 담당 직원은 도청 사진실에 이미 영상팀(총 5명)이 있는 상태에서 채용돼 인력 중복과 예산 낭비 논란이 일었다. 이들 2명의 인건비와 카메라 등 장비 운영비만 연간 1억원이 넘는다.

안 전 지사가 참석하는 대부분의 외부 행사에는 기존 영상팀과 콘텐트팀 영상 담당이 모두 출동했다. 여기에다 도청 내 인터넷 방송국의 아나운서 1명, 영상담당 직원 1명, 구성작가 1명, 안 지사의 코멘트를 받아 적는 메시지 팀 직원 2명, 안 전 지사 수행비서, 관련 업무 담당 직원 등을 포함해 거의 20여명이 참석했다.

이 때문에 업무 중복 논란이 일었다. 익명을 요구한 도청 직원은 “동일한 행사에 촬영 팀이 너무 많아 창피한 적도 있었다”며 “마치 대통령이 현장 시찰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잦았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가 대규모 정책특별보좌관을 운영하는 것도 도마에 올랐다. 안 전 지사는 행정·복지·인권·언론 등 모두 17개 분야에 걸쳐 22명의 특별보좌관을 두었다. 다른 시도 지사가 5명 안팎의 정책특별보좌관을 두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들에게 급여가 지급되진 않았지만 회의수당은 나갔다. 이들 중엔 도청에서 근무하다 음주 뺑소니 교통사고를 일으킨 인사도 있다. 최진혁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제왕적 시도지사’의 권한을 축소하고 주민이 행정을 감시할 수 있는 직접 민주주의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오정희)는 이르면 이번 주 안 전 지시를 재소환할 계획이다. 검찰은 지난 9일 자진출두한 안 전 지사를 9시간 가량 조사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와 그를 고발한 전 수행비서 김지은(33)씨 주변 인물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와 안 전 지사가 이용했던 오피스텔 등에서 압수해 온 폐쇄회로TV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참고인 중에는 출장에 동행했던 관계자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김씨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위력이나 위계에 의한 강제성이 있는 성폭행은 아니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반면 지난 9일 검찰에서 23시간30분 동안 고소인 조사를 받은 김씨는 안 전 지사의 요구에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도지사의 뜻에 반대할 수 없어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당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 전 지사에게 7차례에 걸쳐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추가 폭로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소속 여직원 A씨도 이번 주 중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관계자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 고소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성=김방현·최종권 기자, 홍지유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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