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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 잇단 노사분규로 "뒤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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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나라 수출주도산업인 자동차업계가 연속적인 노사분규에 휘말려 뒤뚱거리고 있다. 최대 메이커 현대자동차가 30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고 대우자동차 역시 분규는 해결됐어도 부품공급을 받지 못해 조만간 상용차생산을 중단해야할 형편이다.
현대자동차의 전면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수많은 관련부품업체로의 즉각적인 파급은 물론 우리나라 수출및 산업계는 치명적 타격을 받게 된다.
여기서 문제가 해결되면 저기서 터지고 저기서 해결되면 여기서 터져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2만여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지는 자동차. 5천여개의 부품업체들 중에서 하나라도 삐끗하면 정상조업이 불가능한게 자동차산업이라 산업의 연관파급효과는 즉각적이고도 광범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노사분규를 겪었던 자동차 관련회사는 모두 1백35개 업체. 금년 들어서는 현재 분규가 진행중인 업체까지 포함해 모두28개에 불과했으니 숫자로는 대폭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작년의 경우 노사분규로 인해 조업을 중단한 기간이 길어야 1주일 안팎이었던 것에 비해 금년에는 2개월째 육박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분규의 폭은 현저히 줄어든 반면 분규의 심도는 훨씬 깊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삼미금속의 경우 지난 3월30일 이후부터 (주)통일은 4월4일부터, 대우중공업은 4월8일부터 각각 분규가 시작돼 현재까지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교착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대우자동차의 경우 자체생산라인 확장으로 인한 휴업까지 겹쳐 금년들어 정상조업일수는 2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여기에 딸린 3백80여개의 부품업체들은 따라서 놀 수밖에 없없다.
금년 자동차판매동향을 보면 워낙 내수및 수출경기가 좋아 4월말현재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5.1%가 더 팔렸다. 그러나 노사분규가 본격화된 4월 실적은 전달(3월)에 비해 21.5%가 줄었다. 대우자동차가 75.4%준 것을 비롯해 기아 17.8%, 쌍룡 18.6%, 현대 7.6%, 아세아 44.9%씩 각각 판매실적이 감소했다.
노사분규현황을 보면 자동차 3사의 경우 기아만이 파업없이 6만1천2백66원의 임금인상으로 무난히 타결됐고 대우는 파업 끝에 6만7천3백50원의 인상으로 마무리 지였다.
마지막으로 터진 현대의 경우 회사측의 7만8천원 인상제의에 대해 노조측은 13만4천9백25원을 올려달라며 맞서 쉽사리 타결을 보기 어려운 전망이다.
노조측은 회사가 작년에 9백97억원이나 이익을 냈으니 그 정도의 임금인상은 들어줘야 한다는 것이고 회사측은 다른 경쟁회사들보다도 원래 봉급수준이 높은데다 인상도 더 많이 해주겠다는 것이니 만큼 더 이상은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가 하루 생산하는 자동차대수는 2천7백대로서 그중 1천9백대를 수출, 8백대를 국내시장에 팔아봤다. 이를 금액으로 따지면 하루 1백38억원어치다.
수출 쪽에서 보면 금년목표가 73만대인데 4월중 실적은 3월에 비해 22.5%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통일과 삼미금속은 2개월간 팽팽히 맞서왔지만 이무런 실마리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정부로서도 속수무책인채 방관하고 있다.
기획원은 짜증만 내고 있고 관련부처인 노동부·상공부·재무부 할 것없이 서로 눈치만 살피면서 개별업체 스스로가 알아서 해주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여기에 딸린 중소부품 업채들이다. 큰 업체들이야 그럭저럭 견뎌나간다고 하지만 자동차경기를 기대해 잔뜩 신규투자를 해놓은 중소부품회사들은 자칫 연쇄적인 흑자도산에 빠질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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