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국회개원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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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저는 역사적인 제13대 국회가 개원하는 이 자리에서 바로 1년전 이맘때의 그 깜깜한 헌정의 위기상황을 생각합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나 정치와 권력, 정부와 국민의 관계, 사회 각 부문에 걸쳐 엄청난 질적변화가 이루어졌읍니다.
우리의 4O년 헌정사를 하루같이 파란과 격동속에 빠뜨려온 무리한 집권연장과 1인 장기집권시대에 종언읕 고하고 국민을 분열시킨 체제논쟁과 정통성의 시비는 이제 말끔히 씻어졌읍니다.
독재냐 민주냐 하는 흑백논리 또한 새 공화국·새의정과 더불어 해소되었읍니다.
1년전, 올림픽을 치를 나라의 혼돈을 위구와 불안으로 바라보던 세계 모든 나라 국민들은 이같은 우리의 극적인 민주발전에 경탄하고 있읍니다.
그들은 경제적 기적을 실현한 한국이 이제 「정치의 기적」을 이룩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읍니다.
이번 총선거의 결과는 지금까지 일관해 온 국회의 모습도 바꾸어 놓게 되었읍니다.
수적 우의에 의한 집권당의 일방적 독주와 강행이 통용되던 시대도, 소수당의 무조건 반대와 투쟁의 정치가 합리화되던 시대도 지나갔읍니다.
어느 정당도 독주할 수 없으며, 누구도 동반협력의 정치를 외면할 수 없게 되었읍니다.
또한 어느 정당도 의정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없을 것입니다.
새 공화국의 정부와 국회는 바로 국민이 바라는 바와 나라를 의한 과제들을 함께 해결해 가는 동반자입니다.
국민이 요구하는 이 시대의 정치력은 반목과 분열로 우리들 스스로의 힘을 가르고 소모하는 정치가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위해 무릎을 맞대고 일하여 한 단계 더높은 나라를 만드는 「창조의 정치」라고 확신합니다.
민주정치는 그것이 어떠한 형태든 폭력을 부정하는 전제위에 이루어집니다.
저와 대의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여러분 정치지도자 모두가 어떠한 폭력도 배제한다는 확고한 입장위에서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수호를 심각히 생각해야할 때입니다. 「민주화」 의 구호가 더이상 호소력을 잃은 상황에서 우리들의 다음 세대가 학업을 던지고 학원을 정치의 투쟁장화하는 것도, 하나뿐인 생명을 정치구호 속에 불사르는 일도 오늘을 책임진 우리 정치지도자의 힘으로 이제는 사라지게해야 합니다.
국민의 모든 욕구, 어떠한 의사도 이제는 거리가 아니라 이 의사당 안으로 수렴하여 진정한 국민통합을 이룩하고 그것이 사회·정치적 안정으로 정착되어야 하겠읍니다.
지금 이시각, 국민은 안정위에서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국민은 민주화의 과정속에 파생하고 있는 폭력과 질서의 문란을 걱정하고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읍니다.
정당한 공권력이 선량한 국민의 안정된 생활을 보호하도록 모든 조처를 강구해나가겠읍니다.
안정이 억압의 구실이 될수 없읍니다. 마찬가지로 누구도 민주화를 내세워 안정을 파괴할수 없읍니다.
여러분은 바로 모든 국민이 준수할 법률을 만드는 국민의 대표입니다. 잘못된 법, 비민주적인 법이 있으면 고쳐야합니다.
제가 이끄는 정부는 그러한 것을 고치는데 앞장설 것입니다.
이 자리 새로운 민주의정에대한 희망과 기대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것은 이번 선거를 통해 더욱 심각성을 드러낸 지역감정의 문제입니다.
의원 여러분께서는 치열한 선거전을 치르면서 생생하게 체험하셨을 것입니다.
새로운 정치는 「화해의 정치」입니다. 국회는 진정으로 화해의 전당이 되어야 합니다. 민주정치의 목적은 갈라진 국민을 통합해 가는데 있읍니다.
미움과 아픔을 헤집는 것이 아니라, 분열과 대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치유하고 해결하고 통합하는 것이 정치하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 정직하고 성실한 대통령으로 여러분과 함께 이당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정성을 다한 사람으로 남기를 원하고 있읍니다.
저 자신 12대국회 3년동안 국회의원으로 이 의사당에서 얻은 경험은 나라일을 추진해 나가는데 있어 정신적 자양이 되고있읍니다.
6·29선언을 나에게 명렴한 것도 바로 이곳 의사당을 가득채운 국민의 바람, 국민의 뜻이었읍니다.
우리는 모두 참으로 어려운 역사를 살아왔읍니다.
국민모두가 내일을 내다보며 안심하고 장래를 설계할수있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저는 어떠한 무거운 짐도마다않고 「민주와 번영의 새시대」를 여는데 온 힘을 바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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