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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현의 통계엿보기] '수지(收支)’사용설명서…“상품수지 흑자는 1199억인데 무역수지는 952억?”

중앙일보

입력

무역수지와 상품수지는 모두 상품의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액을 보여주는 지표다. 대체로 구분하지 않고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두 ‘수지(收支) ’간 금액의 차이가 제법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상품수지, 무역수지 왜 차이날까? #무역수지, 상품수지보다 수입액 더 계산 #상품수지 흑자 규모> 무역수지 흑자규모 #'선박 변수'로 무역수지 흑자 더 많을 때도

2017년만 해도 그렇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한국의 상품수지는 1198억9000만 달러 흑자다. 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952억2000만 달러다. 무려 250억 달러, 원화로 약 26조7000억원 정도의 차이가 난다.

부산 남구 부산항 감만부두에 수출입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연합뉴스]

부산 남구 부산항 감만부두에 수출입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연합뉴스]

왜 그럴까? 집계 방식의 차이를 꼼꼼히 알면 이해가 된다. 수출과 수입액을 평가하는 기준이 서로 다르다.

상품수지의 경우 수출입 모두 본선 인도 가격(FOBㆍFree on board)을 기준으로 집계가 된다. FOB는 매도자(수출업체)가 무역상품을 적출항에서 매수자(수입업체)에게 인도할 때의 가격을 말한다.

무역수지는 수출의 경우 상품수지와 마찬가지로 FOB로 집계한다. 그런데 수입은 상품수지와 다른 기준이다. 바로 운임 및 보험료 포함 가격(CIFㆍCost insurance and freight)이다.

FOB에 운임 및 보험료를 포함한 게 CIF다. 간단하게 공식화하면 ‘CIF=FOB+운임+보험료’ 다. 자연히 ‘CIF > FOB’가 된다. 이 지점에서 상품수지와 무역수지 간의 차이가 빚어진다.

대체로 상품수지 흑자액이 무역수지 흑자액보다 크다

대체로 상품수지 흑자액이 무역수지 흑자액보다 크다

결국 무역수지에서의 수입액이 상품수지에서의 수입액보다 많아지게 된다. 그러므로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더 크게 집계된다.

적자액 기준으로 보면 상품수지 적자액이 무역수지 적자액보다 더 작게 나온다. 무역수지는 적자인데, 상품수지는 흑자를 나타내는 상황도 가능하다.

다른 변수도 있다. 상품수지는 상품의 소유권 이전(change of economic ownership)을 기준으로 수출입을 계산한다. 무역수지는 상품의 수출입 신고 수리일(통관일)을 기준으로 집계한다.

대부분 상품의 경우 통관과 동시에 소유권이 이전되기 때문에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일부 품목의 경우 신고 수리일과 소유권 이전의 시기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게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 중 하나인 선박이다. 선박은 수주에서 건조까지 보통 2년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

그런데 수출 대금은 선박 건조 진행 과정에서 여러 차례 나누어 받는다. 대금 규모가 커서 한 번에 지불하기 어려워서다.

무역수지는 선박의 건조가 모두 끝나고 신고 수리가 끝나는 시점의 총 선박 금액을 수출액으로 잡는다. 그런데 상품수지는 다르다.

건조 진행 과정 중에 선박대금을 받았을 때마다 그만큼의 소유권이 이전됐다고 보고 수출에 반영한다.

예컨대 1조5000억원 짜리 선박의 대금을 건조 기간 3년에 걸쳐 5000억원씩 나눠 받는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무역수지는 건조 기간이 끝난 3년 후 1조5000억원을 한 번에 수출 증가액으로 집계한다. 반면 상품수지는 첫해와 두 번째 해, 세 번째 해에 각각 수출이 5000억원 늘었다고 계산한다.

선박의 경우 이런 변수도 있다. 선박은 통관 이후에 주문업자에게 인도하는 데 2주~2개월 정도 걸린다. 만약 통관을 20일쯤 했는데 인도가 다음 달 10일이라면 무역수지에는 선박의 수출입액이 잡히지만, 상품수지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 다음 달에는 이 선박 대금이 무역수지에는 잡히지 않지만, 상품수지에는 잡힌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체로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무역수지 흑자 규모보다 크지만, 선박 수출 집계 차이로 간혹 무역수지 흑자액이 상품수지보다 더 많은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런 이유로 2009년과 2010년에는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상품수지보다 더 컸다.

무역수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매월 1일 잠정치를, 관세청이 15일 확정치를 발표한다. 상품수지는 한국은행이 매월 말 확정치를 발표한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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