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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에 끝내 관세폭탄 … “동맹이 미국 나쁘게 대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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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철강 노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고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철강 노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고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글로벌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철강·알루미늄 25·10% 관세안 서명 #중국·EU “결연히 반대” 보복 예고 #미 무역적자 감축계획 중국에 요청 #전면전 번지기 전 협상 여지는 남겨

8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산(産)을 포함한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매기는 규제조치 명령에 서명했다. 수입 철강에는 25%, 알루미늄에는 10%의 관세가 부과된다. 이번 규제조치 명령의 효력은 이날(8일)부터 15일 안에 발생한다.

앞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폭탄 방침에 무역보복을 다짐했던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관세 대상국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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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규제조치 명령의 법적 근거는 무역확장법 232조다.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근거로 직권으로 특정 수입품에 무역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강한 철강, 알루미늄 산업은 우리 국가 안보에 필수다. 철강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며 “미국 산업은 외국의 공격적인 무역 관행들에 의해 파괴됐다. 그것은 분명히 우리나라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를 나쁘게 대우한 많은 나라가 우리의 동맹이었다”고 역설했다. 관세폭탄에 있어서 동맹이라고 봐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미 예고된 것처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상대국인 캐나다·멕시코는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EU는 면제 대상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캐나다와 멕시코도 다음달 초 열리는 8차 NAFTA 재협상에 따라 관세를 맞을 여지가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국 CNBC 방송은 백악관 관료를 인용, “두 국가(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 면제 조치는 ‘영구적이지 않다(are not open-ended)’”며 “(관세 면제 지속 여부는) 개정된 NAFTA 협상이 얼마나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킬지에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EU는 금명간 보복하겠다고 나섰다. 9일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를 결연히 반대한다”며 “즉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허쥔 상무부 무역구제조사국 국장은 “미국이 국가 안보를 핑계로 보호무역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며 “미국의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대부분은 민간용 제품이다.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역시 기자회견에서 “무역정책에서 일방적인 결정은 위험하다”며 “(미국이) 동맹국을 상대로 관세를 부과한다면 누가 (미국의) 적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날 EU집행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한다는 가정 아래 미국산 피넛 버터·오렌지 주스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회의에선 미국산 철강과 산업재, 농산물 등 보복 관세를 매길 제품의 리스트 작성까지 마쳤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통상담당 EU 집행위원은 “미국 정부가 끝내 (관세 부과를) 실행한다면 EU의 이익을 침해하고 수천 개의 일자리를 위기에 빠뜨리게 되는 만큼 단호하게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관세폭탄을 향후 무역협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전략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미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 확실할 경우엔 관세폭탄을 때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정부와의 추가 협상 기회가 열려 있다는 얘기도 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개별 국가에 대한 관세를 면제해줄 수 있다”며 “다만 이들 국가의 수출품이 우리 안보를 더 이상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상호) 동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한편 이날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미국 차를 수출하면 25%의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데, 중국 차가 미국에 들어올 때는 2.5%만 부담한다”면서 “10배의 차이가 발생하는 상황이 수십 년간 지속돼 왔다”고 밝혔다.

또 그는 “중국에 미국의 무역적자를 연간 10억 달러 감축하는 계획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두고봐야겠다”고 밝혔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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