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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12조 혈세만 날린 조선업 구조조정, 실패 책임 물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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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 8년간 4조원을 지원받으며 연명해온 성동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또 다른 부실 중형 조선사인 STX조선해양은 신규 자금지원 없이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하고 사업재편을 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지만 노사가 이에 대한 확약서를 가져오지 않으면 역시 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는 분위기다.

어제 발표된 중형 조선사 처리안은 출범 10개월이 다 돼서 나온 문재인 정부의 첫 구조조정 방안이다. 정부는 두 조선사에 더 이상 혈세를 투입하지 않는 만큼 구조조정의 원칙을 지켰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부의 뒤늦은 결정은 구조조정은 늦어질수록 더 큰 대가를 치를 뿐이라는 구조조정의 기본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금융 논리뿐 아니라 산업적 측면을 함께 고려한다’는 새로운 구조조정 원칙을 밝히면서 중형 조선사 구조조정을 위한 외부 컨설팅을 다시 발주했다. 일자리를 이유로 정부가 구조조정을 자꾸 뒤로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성동조선은 이미 지난해 회계법인 실사에서 청산가치(7000억원)가 존속가치(2000억원)의 3배로 나왔기 때문이다.

2010년 4월 채권단 자율협약으로 시작된 성동조선 구조조정은 사실상 실패로 결론이 났다. 정부와 채권단은 막연히 조선 업황이 회복되기만을 기대하며 시간을 끌었지만 결국 세금만 더 축내게 됐다. 지난 8년간 성동조선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때마다 수출입은행이 총대를 멨고 국책은행의 빈 금고는 세금으로 메워야 했다.

2010~2017년 STX조선에도 8조원 가까이 들어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두 조선사에 쏟아부은 혈세만 12조원이다. 경제원리를 도외시하고 지역 정서와 정치논리에 휩쓸린 구조조정의 대가는 결국 더 무겁게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조선업뿐만 아니라 금호타이어·한국GM의 구조조정에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