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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으로 여성을 지배한다...'미투'도 외치지 못하는 북한

중앙일보

입력

북한의 풍경. [중앙포토]

북한의 풍경. [중앙포토]

영국 매체가 8일(현지시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북한의 성폭력 현황을 보도하며 "북한 여성들도 기회만 된다면 '미투'를 외쳤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이날 런던에 위치한 북한주민지원단체한국 미래이니셔티프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 사회 전 부문에 만연한 여성 성폭력 실태를 전했다.

이 보고서는 "북한 정권은 성폭력이 각종 정부기관과 공직자들, 전 사회에 만연하도록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북 여성 40여 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성추행과 성폭행을 거의 처벌하지 않는다. 이로써 "정신적으로 여성을 지배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 탈북 여성은 집을 구하기 위해 찾은 시장실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 여성은 "그 대가로 집 한 채를 받았다"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 북한의 경제가 열악해지면서 15세에 불과한 어린 소녀들이 성매매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교내 성폭력도 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탈북 여성은 "학교 주변에서 많은 성폭력이 일어난다. 피해자들은 어린아이들이기 때문에 교사들이 그들을 보호하려고 하지만 그 보호조차 계급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만약 가해자 계급이 피해자의 계급보다 높다면, 전화 한 통이면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작성자인 제임스 버트는 보고서 말미에 "얄팍하게 위장된 여성 혐오증이 정부가 관여하는 모든 부분에 퍼져 있다"며 "성폭력 가해자들은 정부기관과 사회에 내재한 가부장적 관습을 통해 도피처를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자국 내에 성폭력이 전무하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2014년 북한의 열악한 여성 인권을 지적한 유엔 보고서에 대해 북한은 "여성들의 천국"이라고 반박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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