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겨냥 무역규제, 미국이 40건으로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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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한국을 겨냥한 무역규제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미국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이달 5일 기준 총 40건의 수입규제 조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각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한 수입규제의 20.4%다. 연도별로는 오바마 행정부였던 2015년부터 수입규제가 급증하기 시작해 트럼프 행정부로 넘어온 지난해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학계에선 이러한 미국의 통상압력이 계속되면 앞으로 5년간 철강·세탁기·반도체 등 국내 산업에서 4만5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30건이 한국산에 반덤핑관세 #철강·금속 28건, 전기·전자 5건

7일 한국무역협회의 ‘대한(對韓) 수입규제 월간동향(3월5일 기준)’에 따르면 한국을 상대로 한 세계 각국 수입규제 196건 중 40건이 미국이 취한 조처였다. 나라별 규제 숫자로 미국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인도(29건), 터키(15건), 중국(14건) 순이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국 수입규제 40건 중 30건은 자국산 제품보다 싼값에 들어오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반덤핑 규제였다. 상계관세(보조금을 받는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와 세이프가드(급증한 수입품에 대한 긴급 수입제한 조치)도 각각 8건과 2건을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철강·금속이 28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기·전자가 5건, 화학과 섬유류는 각각 3건으로 집계됐다.

무역협회는 동맹국인 미국이 유독 한국산 수입품에 상대적으로 많은 무역규제 조치를 하는 이유로 중국과 비슷한 국내 산업구조를 꼽았다. 철강·화학 제품 등 한국이 중국과 비슷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다 보니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수입규제에 한국도 덩달아 노출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무역규제는 자국 기업의 제소로 이뤄지는데, 최근 들어 한국 기업과 경쟁하는 미국 기업의 제소가 늘다 보니 무역규제 품목도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정혜선 한국무역협회 통상협력실 과장은 “미국의 대(對) 한국 무역규제는 트럼프 행정부뿐만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 당시에도 늘었다”며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미국 행정부 간 정책 기조도 반영되겠지만, 미국 내 경기 상황에 따른 영향도 크다”고 설명했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 교수도 “미국 무역보복 조치에 한국이 포함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부정적 인식 외에도 철강에 대한 강력한 압박으로 한미 FTA 재협상을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계산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시장이 갖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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