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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영화가 몰려온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유럽영화를 잡아라! 그동안 미국·홍콩영화를 들여오는데 급급했던 국내영화계가 최근 유럽영화쪽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올들어 『양철북』등 9편의 유럽영화가 이미 수입된데 이어 82년도 칸영화제 그랑프리수상작『욜』, 유럽합작영화 『장미의 이름』, 올 프랑스 세자르상7개부문 수상작『어린이들이여 안녕』등 화제작들의 잇단 수입이 추진되고 있다.
또 『모던 타임스』등 「찰리·채플린」의 장편 대표작 10편도 한꺼번에 수입될 예정이다.
지난 한햇동안 수입된 유럽영화가 고작 5편이었던데 비하면 요즘의 유럽영화 열기를 쉽게 짐작할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영화계가 수입자유화 이후 마구 수입했던 미국·홍콩영화들이 대부분 흥행에 실패한 반면 흥행성이 적다고 판단해온 『파리 텍사스』『양철북』등 유럽 고급영화들이 오히려 많은 관객을 모은데 자극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올들어 개최됐던 유럽 공동체(EC)영화제, 아스팍영화제 등에도 많은 영화팬들이 몰려들어 유럽영화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었다.
한편23일까지 개최된 제41회 칸영화제의 견본시장에는 전례없이 많은 국내수입업자들이 몰려가 유럽작품을 골랐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유럽영화제 필름시장은 국내업자들에게 외면당해 왔다.
올들어 수입된 유럽영화는 서독의『양철북』『크랙 컬렉션』, 이탈리아의 『시칠리언 스캔들』『메디션』『원 플러스 식스』『씨받이 대소동』, 프랑스의 『여름날의 살인』『그대품에 다시한번』, 스페인의 『라 세뇨라』등이다.
특히 앞으로 수입될 영화들은 유럽영화를 대표할만한 수준작들로 영화팬들이 그동안 국내개봉을 고대해온 작품이 많다.
82년도 칸영화제서 작품상을 받은『욜』(Yo1, 「길」의 뜻)은 고「일마즈·귀니」가 감독한 기념비적 터키 영화. 계엄하의 터키를 무대로 감옥에서 잠시 휴가나온 죄수들이 고향에 돌아가 겪는 갈등과 애환을 충격적으로 그린 로드 무비다.
영화분위기상「반체제 작품」으로 낙인찍히는 바람에 그동안 업자들이 수입을 꺼려왔었는데 앞으로 공륜수입심의가 어떻게 날지 주목된다.
『장미의 이름』(Il Nome Della Rosa)은 이탈리아·프랑스·서독 3개국 합작영화로 지난4월말 EC영화제에서 선보여 관심을 모았던 대작이다.
중세수도원의 연쇄살인사건을 그린 미스터리극으로 완벽한 세트와 분장이 뛰어나다.
『어린이들이여 안녕』(Au Revoir Les Enfants)은 프랑스의 「루이·마르」감독이 어릴때 추억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2차세계대전의 비극을 교회에 맡겨진 한 어린이의 눈을 통해 조명한 멜러영화다.
영화평론가 김종원씨는『관객들이 그동안 미국영화의 폭력·오락에 식상한데 따른 필연적이고 바람직한 변화』라고 지적하고 『앞으로 인도·브라질등 제3세계와 동구권수준작들의 수입도 과감히 확대·개방되어야 할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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