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기 살려야 지방자치제 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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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풀뿌리 공무원 헹가래 운동' 공동대표인 박복식·한명희·배영복씨(왼쪽부터).

'동네 북'처럼 매일 얻어맞기 예사인 공무원들의 기를 살려주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최근 '풀뿌리 공무원 헹가래 운동'이란 시민단체를 만든 경기도 남양주시 시민들이다.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발전하려면 공무원들이 변해야하는데, 이들에게 비판 대신 칭찬과 격려로 변화의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이 운동에 참여키로 한 시민은 각계 300여 명. 가곡 '비목'의 작사가 한명희(67.전 서울시립대 교수)씨, 육군 정훈감 출신의 배영복(65.예비역 준장)씨, 박복식(73.남양주시 의원)씨 등 세 명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처음 아이디어를 낸 것은 대학교수.국립국악원장 등을 지낸 뒤 현재 한국중앙아시아 문화예술교류회장을 맡고 있는 한씨였다. 이 지역에 30여 년 간 살면서 그간 글 솜씨를 살려 남양주 시민헌장, 남양주 군가, 남양주 군민헌장 등을 지었던 한씨는 지역 발전을 위해 좀 더 능동적으로 시정(市政)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공무원 조직만으론 풀뿌리 지방자치를 발전시키는데 한계가 있다고 여겼어요. 그래서 시민들이 힘을 합쳐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자고 마음먹었지요."

이어 뜻을 같이 하는 시민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배영복씨와 박복식씨가 기다렸다는 듯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배씨는 육군에서 28년간 정훈 업무를 맡았고, 그간 불우 환자 돌보기 운동 등 봉사활동을 활발히 벌여왔다. 그는 "자칫 권위주의.무사안일주의에 젖을 수 있는 공직사회, 대안없는 비판에 빠지기 쉬운 시민들 사이에서 화합과 조화를 이룰 중재자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풀뿌리 공무원 헹가래 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11년 동안 세 차례 시.군의원을 지내다 6월 말 퇴진할 예정인 박씨는 "시의원으로 재직하며 쌓은 행정 감시 경험을 살려 공무원들이 소신을 갖고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풀뿌리 공무원 헹가래 운동'은 다음달 10일 남양주시 체육문화센터 실내체육관에서 출범식을 연다. 이들은 앞으로 소신껏 일하는 공무원을 찾아내 1년에 한차례씩 '시민갈채헹가래상(상금 1000만원)'과 '시민꽃다발상(상금 300만원)'을 수여한다. 매월 '뉴스 레터'를 발간하고, 회원들로부터 시정에 대한 건의사항을 받아 전달하는 한편 건전한 대안도 제시할 계획이다. 문의 031-576-6995

남양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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