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GM, 한국 군산공장 폐쇄는 주주 위한 최선의 결정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게리 코헨 미국 메릴랜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미 메릴랜드대 홈페이지 캡처]

게리 코헨 미국 메릴랜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미 메릴랜드대 홈페이지 캡처]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내린 것은 경영학적 시각에서 봤을 때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기업 수장으로서 주주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지요.”

美 경영학계 공급망 전문가 게리 코헨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 e메일 인터뷰 #“韓 시장 노동 영향력 커…트럼프 ‘철강 관세폭탄’, GM 경쟁력 약화시킬 것”

게리 코헨 미국 메릴랜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미 경영학계에서 손꼽히는 공급관리 분야 전문가다. 지난 3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 e메일 인터뷰를 가진 그는 GM이 한국에서 극단적인 결정(군산공장 폐쇄)을 내린 배경으로 ‘노동비’를 꼽았다. 한국 자동차 시장이 노동 생산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코헨 교수는 “자동차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며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로 (GM을 비롯한) 미국 자동차기업의 시장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GM이 한국 군산공장에 폐쇄 결정을 내렸다. 나라 안팎으로 논란이 뜨거운데.
“기업은 해외직접투자(FDI)에 있어 충분한 경제적 가치(economic value)를 얻지 못하면 현지 사업을 철수하는 게 당연하다. GM 역시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 아닌가. 언제든 현지 잔류 혹은 철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역동적인 세계 시장 흐름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GM의 이번 결정은 타 아시아권, 혹은 유럽권에서의 사업 방향과 어떻게 다른가.
“모든 시장에서의 사업 판단은 독립적으로 봐야 한다. 시장의 경쟁성과 트렌드, 소비자 행동 등이 각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GM의 입장에서 봤을 때 중국에서의 시장성이 (한국에 비해) 큰 것은 분명하다. 특히 (공장 설비 등) 중국 현지 투자액을 감안해보면 중국에서의 사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집회를 벌이고 있는 한국GM 노조. 코헨 교수는 한국 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노동'을 꼽았다. [중앙포토]

최근 집회를 벌이고 있는 한국GM 노조. 코헨 교수는 한국 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노동'을 꼽았다. [중앙포토]

-한국 사업에 있어 GM에 가장 큰 변수는.
“노동(Labor)이다. 노동은 자동차 제조에 있어 주요 변수로 꼽힌다. 특히나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더욱 중대한 요소가 되었다. 지난 1970~80년대 미국이 일본에 비해 노동 비용이 높았던 점을 떠올려보라. 당시 일본은 저가 고품질 차량을 내세워 미국 자동차 시장에 파고 들었다. 이후 한국의 현대차도 같은 식으로 미국에서 파이를 늘리지 않았나. 높은 노동비가 시장 경쟁에 불리하다는 의미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GM의 한국 군산공장 폐쇄를 자신의 공으로 돌리는 발언을 했다. 마치 그의 대외 정책이 GM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들렸다.
“우선, GM의 사업 전략과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관련이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 오히려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이어진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기조는 자국의 자동차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GM을 비롯한) 자동차 기업이 부담해야 할 부품 비용을 크게 끌어올리고 결과적으로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반대로 앞서 언급했듯이 GM은 자사와 주주의 최대 이익을 위한 결정(한국 군산공장 폐쇄)을 내렸다.”

중국국제TV방송(CGTN)과 최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게리 코헨 교수.

중국국제TV방송(CGTN)과 최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게리 코헨 교수.

-지난 2014년 취임한 메리 바라 GM CEO의 철학은 “돈이 안되면 철수한다”는 한줄로 요약된다. 하지만 생산시설 폐쇄 조치 등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난 메리 바라 CEO를 비판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그녀의 결정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기업 수장으로 그는 주주의 최대 이익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 한국시장이 GM에 큰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장이었다면 바라 CEO는 GM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옳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미래를 점친다면.
“세계 자동차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more fierce)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소비자들은 최대의 가치를 제공할 자동차를 구매하려고 들 것이다. 물론 이런 가치는 자동차의 품질과 가격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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