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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로 북미 제약 시장 대표가 된 이유"…홍유석 GSK 캐나다 제약법인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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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1조 달러(약 1079조원·2016년 기준) 규모의 전 세계 제약 시장에서 미국ㆍ캐나다 등 북미 제약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5%다. 북미 지역은 의약품 시장 규모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클 뿐 아니라 연구ㆍ개발(R&D) 기술 역량도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유석 GSK 캐나다 제약사업 법인 대표는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북미 제약 시장 대표 자리에 올랐다. 그는 ’결국 제약사들의 기술력은 얼만큼 훌륭한 인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에서 갈릴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사진 GSK 한국법인]

홍유석 GSK 캐나다 제약사업 법인 대표는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북미 제약 시장 대표 자리에 올랐다. 그는 ’결국 제약사들의 기술력은 얼만큼 훌륭한 인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에서 갈릴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사진 GSK 한국법인]

지난달부터 다국적 제약사 GSK의 캐나다 제약사업 법인 대표로 일하고 있는 홍유석 사장을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GSK 한국법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 다음 날 캐나다로 출국했다. 그간 제약 업계에서 한국인 임원진이 아시아ㆍ태평양 및 유럽 지역으로 발령 나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한국인 최고경영자(CEO)가 북미 제약 시장에서 대표를 맡게 된 것은 홍 사장이 처음이다.

2014년부터 8월부터 GSK 한국법인을 이끌던 홍 사장은 3년 5개월 만에 세계 7위 제약 시장인 캐나다 제약법인 대표로 발령 났다. 그는 “2015년 전 세계에 출시한 천식ㆍ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 렐바 엘립타가 한국에서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등 신약 제품 9개를 출시해 상업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둔 것도 한몫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GSK 한국법인 대표로 재직하면서 그는 리베이트 등 각종 부작용의 원인으로 지목된 영업사원의 인센티브 지급 모델도 바꿨다. 대부분의 제약사는 영업사원들에 병원의 처방량에 비례하는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홍유석 GSK 캐나다 제약법인 대표

홍유석 GSK 캐나다 제약법인 대표

홍 사장은 “환자 건강을 위해 좋은 의약품을 의료진과 환자에게 제공해야 하는데 매출과 인센티브를 직접 연결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센티브가 오히려 제약사와 의사들 간의 유착 관계를 조장한다는 시각도 있다. GSK 한국법인은 매출 실적 대신 영업사원의 전문 지식, 커뮤니케이션 역량, 환자 치료 향상에 도움이 되는 정보 제공의 활동을 하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노력한다.

홍 사장은 GSK 한국법인을 맡기 이전에 미국 제약 시장에서 영업 책임자로 일하고 중국ㆍ인도ㆍ남미 등 신흥국 제약 시장도 경험한 적이 있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한국 시장에서 커리어를 끝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국가를 경험해본 내 커리어를 회사에서도 알아준 것 같다. 인종과 국적ㆍ성별에 상관없이 다양한 인재를 곳곳에 기용하자는 것이 GSK의 인사 철학이다.”

홍 사장은 글로벌 바이오ㆍ제약사들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서 적응력과 소프트 리더십을 꼽았다. 그는 “펀드 매니저는 자신의 선택과 판단으로 펀드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며 “바이오ㆍ제약 분야에서는 본인이 훌륭한 전략을 수립하더라도 모든 직원이 함께 움직여야 제대로 된 전략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SK는 ▶해외 순환 근무 프로그램 ▶재무ㆍR&D 등 특정 분야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 ▶퓨처 리더스(학부생을 신규 채용해 단기간에 키우는 트랙) 등 다양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GSK 한국 법인에서 일하다가 해외 법인으로 진출한 사람은 지난해부터 10명이 넘는다.

홍 사장은 “직원 중 자원하는 사람들을 선발해 개발도상국에 6개월간 유급으로 봉사자를 파견하는 프로그램도 있다”며 “제약·바이오 기업이 전 세계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제약사들의 기술력은 얼마만큼 훌륭한 인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에서 갈릴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회 공헌 사업을 하자는 것도 GSK의 모토 중 하나다. 회사는 30년에 걸쳐 개발한 세계 최초의 말라리아 백신을 아프리카 지역에 보급하는 데 힘쓰고 있다. 비영리 목적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수익도 나지 않는다.

1992년부터 제약 시장에 몸담아온 홍 사장은 국내 제약 시장에 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1990년대에도 신약 개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상당한 예산을 제약사에 투입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복제약에 투자하면 더 쉽게 회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신약 개발에 투자한 회사들은 상업적 성과가 없는 반면, 복제약에 투자했던 회사들이 매출과 외양 모두 크게 성장했다. 신약 출시 이후 단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20년 전에도 지금도 신약 개발 단계에만 모든 예산과 정책이 너무 편중된 것 같다.”

홍 사장은 “국내외 제약사ㆍ정부ㆍ병원ㆍ약국 등 모든 이해관계 당사자들을 만족하게 하는 정책이란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며 “개발부터 시장 진출까지 도울 수 있는 일관된 정책 지원을 정부가 새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사장은 북미 제약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사례로 일본 다케다 제약을 꼽았다.

“영업 조직도 시장 판매 경험도 없던 다케다 제약이 북미 시장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실효성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덕분이다. 일본 제약사만이 내세울 수 있는 특정 질환에서의 비교 우위를 내세워 미국 제약사들을 노렸다. 찍어내듯이 똑같은 전략만 구사하는 ‘쿠키 커터 ’식이 아닌 국내 제약사만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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