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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차업계 급여 도요타·폴크스바겐보다 높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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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호 04면

고비용 구조와 강경 노조

한국GM의 생산량은 가장 많았던 2011년에 비해 40%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적자는 9000억원에 달했다. 내수 판매, 수출 모두 줄었지만 임금은 꾸준히 올랐다. 2013~2016년 성과급은 매년 1000만원씩 지급됐다. 이 기간 기본급은 해마다 2.7~5% 올랐다.

GM 판매 줄어 적자 9000억 인데 #임금 계속 올라 1인당 8600만원 #노조“고연봉 미국 임직원 포함 탓” #성과급 축소 등 비용절감 협의 난항

 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이르게 된 원인 중 하나로 고비용과 노동 경직성이 꼽힌다. 차가 팔리지 않아 시설을 놀리면서도 노사가 비용 절감을 위한 휴무나 임금 조정에 합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12일 댄 암만 GM 사장이 “GM의 한국 내 장기 잔류 여부는 (한국) 정부가 기꺼이 자금이나 다른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지, 한국 노조가 노동 비용 절감에 동의해 줄지에 달려 있다”고 말한 것은 고비용 구조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GM의 1인당 급여는 2016년 기준 연간 평균 860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퇴직급여까지 더하면 평균 9700만원이 넘어 현대자동차보다도 많다.

 고비용 구조는 비단 GM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자동차 제조사가 고비용 구조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한 지는 오래됐다. 이들은 해결책으로 국내 생산 물량을 줄이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생산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4% 수준이다. 2006년 73.3%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10년 새 반 토막이 난 셈이다. 국내 생산라인을 전혀 늘리지 않으면서 미국·중국·멕시코 등에만 공장을 지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1년째 국내 공장 설립이 없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임금은 경쟁국보다 높지만 생산성은 떨어진다. 한국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업체 5곳의 연간 평균임금은 2016년 기준 9213만원으로 2005년과 비교해 83.9% 올랐다. 일본 도요타(9104만원)와 독일 폴크스바겐(8040만원) 등 주요 경쟁업체보다 많이 받는다. 전체 매출액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은 편이다. 국내 완성차 5곳의 2016년 평균 임금 비중은 매출액의 12.2%로 도요타(7.8%)나 폴크스바겐(9.5%)과 격차가 크다. 자동차 1대 생산에 투입하는 시간은 도요타와 미국 포드보다 각각 11%, 26% 더 많이 소요된다.

 자동차 제조업체 노동조합은 이런 사용자 측의 불만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동차 노조가 소속된 금속노조의 강경 노선도 한몫했다. 한국GM 노조는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가시화된 문제의 원인을 본사의 ‘연구개발비 빼돌리기’나 ‘돈놀이’에서 찾는다. 고임금이라는 지적에는 “고액연봉을 받는 미국인 임직원이 포함된 수치라 부정확하다”고 설명한다. 군산 공장 재가동을 주장하며 진행된 서울 상경 투쟁 현장에서도 이런 주장이 반복됐다.

 하지만 2009년 GM 노조는 북미 47개 공장 가운데 17개를 폐쇄하고 생산직 6만1000명 중 2만1000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감내했다. GM 노조가 속한 전미자동차노조(UAW)도 2년간 임금 동결 및 파업 유예, 상여금 포기 등을 받아들였다.

 한국GM 사용자 측은 지난달 28일 3100억원 절감을 목표로 한 교섭안을 마련해 노조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매년 1인당 1000만원씩 지급된 성과급을 줄여 연간 1600억원을 절감하고, 복지비용을 줄여 이를 맞춘다는 계산이지만 노조와 협의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GM 관계자는 “조업단축·휴업 등으로 공장가동을 멈춰도 70%의 임금을 지급하는 규정 등만 손질해도 연 1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데 타협이 어렵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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