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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은 지금 커피 원두 전쟁 중

중앙일보

입력

특급호텔들이 최근 몇 년 새 공을 들이는 것이 있다. 바로 커피 원두다. 호텔 내 카페나 식음업장에서 사용 중인 원두를 PB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지난달 해비치 호텔앤리조트 제주가 커피 원두를 자체 블렌딩(좋은 맛과 향을 얻기 위해 서로 다른 원두를 섞는 것)한 ‘해비치 빈’을 출시했다. 브라질·콜롬비아·코스타리카 등 세계 최고의 커피 산지에서 재배한 스페셜티 생두만 엄선해 블렌딩한 것으로 해비치 식음전문가들이 1년 넘게 테이스팅을 거쳐 완성했다.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주가 2월 출시한 '해비치 빈'. 다채로운 산미와 다크 초콜릿 향을 즐길 수 있다. [사진 해배치호텔앤드리조트]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주가 2월 출시한 '해비치 빈'. 다채로운 산미와 다크 초콜릿 향을 즐길 수 있다. [사진 해배치호텔앤드리조트]

고메호텔로 불리는 시그니엘 서울도 지난해 10월부터 ‘시그니엘123’ ‘시그니에79’ 2종을 내놨다. 먼저 ‘시그니엘123’은 에티오피아·인도네시아·케냐·과테말라의 최상급 원두 8가지를 블렌딩해 은은한 초콜릿 향과 쌉싸래하면서도 풍부한 바디감을, ‘시그니엘79’는 에티오피아 시다모 지역에서 생산한 원두의 묵직하고 달콤한 풍미를 자랑한다. 시그니엘의 오송연 바리스타는 “커피 자체의 향을 음미하길 원한다면 시그니엘79를, 식사 또는 디저트와 조화로운 커피를 찾는다면 시그니엘123을 추천한다”고 했다.

시그니엘은 79층 호텔 라운지에서 인기를 얻은 커피 원두 2종을 지난해 10월 PB 제품으로 출시했다. [사진 시그니엘]

시그니엘은 79층 호텔 라운지에서 인기를 얻은 커피 원두 2종을 지난해 10월 PB 제품으로 출시했다. [사진 시그니엘]

조선호텔 출시 후 다른 호텔도 잇따라 선보여

특급호텔 중 최초로 원두를 출시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비벤떼 No.8'. [사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특급호텔 중 최초로 원두를 출시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비벤떼 No.8'. [사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특급호텔 중 가장 먼저 원두를 출시한 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이하 조선호텔)이다. 조선호텔은 2014년 호텔 개관 100주년을 기념해 PB 커피인 ‘비벤떼 BtoB No.8’을 출시했다. 커피의 최초 발현지로 알려진 에디오피아를 비롯해 자메이카·콜롬비아·인도네이사·브라질 등에서 재배한 원두를 사용해 블렌딩했다. 당시 15개의 블렌딩 커피 중 8번째 블렌딩이 가장 좋은 맛을 내 비벤떼 No.8이라 이름 붙였다. 과일·꽃 향이 나며 견과류의 고소함, 감귤의 상큼함, 다크 초콜릿의 쌉쌀함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커피 브랜드 '아로마322'를 론칭하고 '골드'와 '블랙' 2가지 원두를 판매 중이다. 한 달 평균 100개씩 판매된다. [사진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커피 브랜드 '아로마322'를 론칭하고 '골드'와 '블랙' 2가지 원두를 판매 중이다. 한 달 평균 100개씩 판매된다. [사진 그랜드 하얏트 서울]

이후 다른 호텔도 원두를 출시했다. JW메리어트 서울은 2015년 미국 트리니다드 커피회사와 함께 자체 PB 원두를 출시했다. 이어 2016년 3월 그랜드 하얏트 서울과 밀레니엄 힐튼, 워커힐이 잇따라 PB 원두를 출시했다. 먼저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호텔의 번지 주소인 322를 딴 커피 브랜드 ‘아로마322’를 론칭하고 달콤한 신맛과 꽃향기가 어우러진 ‘골드’, 풍부한 다크 초콜릿의 풍미와 진한 맛이 나는 ‘블랙’ 2가지 원두를 내놨다. 밀레니엄 힐튼은 10월에 원두 ‘구어메 하우스 로스트’를 출시했는데 세계 최대 커피 생산지인 브라질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해 적당한 단맛과 산미(신맛)가 조화를 이룬다. 워커힐은 커피브랜드 폴바셋과 협업해 ‘워커힐 시그니처 블랜드’ 커피를 내놨다.

자체 블렌딩으로 호텔마다 개성 담아 #200g 1만원대, 로스터리카페와 가격 비슷

호텔 경험 즐길 수 있는데 가격은 저렴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호텔 원두는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조선호텔은 전년 동기 대비 2016년 33%, 2017년은 13% 매출이 상승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도 2016년 출시 이후 매달 100개씩 꾸준히 판매중이다.
호텔 원두가 잘 나가는 이유는 우선 국내 커피인구가 날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11조 원을 넘어섰고 2017년 한국인은 1인당 연간 512잔의 커피를 마셨다. 자연스레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홈카페족도 늘었고 원두 판매도 증가했다.
이 중 호텔 원두는 호텔 라운지에서의 경험을 집에서도 느끼고 싶은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호텔 내 카페나 델리, 뷔페를 비롯한 레스토랑, 룸서비스 등 호텔에 맛본 커피는 단순히 커피를 넘어 호텔의 경험을 추억하게 한다. 왕은아 조선호텔 바리스타는 “신선한 원두와 호텔이라는 가치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고객들이 호텔의 원두를 즐겨 찾는다”고 설명했다. 김봉석 그랜드 하얏트 서울 바리스타도 “호텔이 저마다의 분위기와 경험을 선사하는 것처럼 각각의 원두마다 호텔의 향기를 품고 있다. 호텔에 와야만 경험할 수 있는 상품을 집에서도 즐기고자 하는 사람이 늘면서 원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PB 커피 원두의 인기는 경험을 중시하는 최근 트렌드와 맞물려 호텔에서의 경험을 집에서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호텔 PB 커피 원두의 인기는 경험을 중시하는 최근 트렌드와 맞물려 호텔에서의 경험을 집에서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고객의 원두 판매 요청이 제품 출시로 이어지기도 한다. 해비치 이동규 식음팀장은 “호텔에서 커피를 맛본 고객들이 먼저 구매를 문의해왔고, 이러한 문의가 잇따르면서 판매용 원두를 출시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호텔 특유의 고급스러운 이미지 때문에 선물용으로도 인기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대부분 200g 내외 1팩이 1만원대로 일반 로스터리 카페에서 판매하는 원두와 비슷하다. 특히 호텔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 가격이 1만원이 넘지만 집에서 즐기면 일반 카페의 커피와 비슷해져 심리적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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