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이 지난 2009년 합참의장을 마치고 떠난 미국 연수 시절 미국 대형 로비업체 직원에게서 억대 상당의 금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이 같은 정황은 국군기무사령부 보고서에서도 확인됐다.
지난달 28일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8월 주미무관보좌관이 작성한 기무사 보고서에는 ‘재미교포 권모씨’가 김 전 실장에게 8만 달러(1억원 상당)를 전달한 로비 정황을 포착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권씨는 미국의 대형 로비업체 ‘리빙스턴 그룹’ 직원으로, 매달 2만 달러씩 김 전 실장에게 지원했다는 내용이다. 권씨가 자신의 지인을 통해 김 전 실장에게 접근한 후 미국 생활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 당시 김 전 실장은 애틀란틱 시티의 카지노를 방문하고 고급 골프장을 이용하거나 요트 낚시까지 즐기는 등 호화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이 권씨와 20일간 함께 한 남미 여행에서도 권씨가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는 기록도 담겼다.
권씨가 속한 리빙스턴 그룹은 록히드마틴을 비롯한 방산업체들의 로비를 대행하는 업체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실장이 국방부 장관에 취임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 군의 록히드마틴 제품 구입이 크게 늘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한국은 2007~2009년 록히드마틴과 2400억원대의 구매 계약을 했다. 연간 8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이 국방부 장관에 취임한 후인 2013~2016년까지 계약 규모는 11조 800억원, 연간 3조원 규모로 크게 늘었다. 2014년에는 7조원대의 차세대 전투기(FX) 사업도 록히드마틴에 돌아갔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2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로비스트 업체의 컨설팅비를 편의(서비스) 형태로 (김 전 실장이) 받은 것”이라며 “이 정도의 미국 조야의 로비스트 도움을 받아 활동한 사람은 당시엔 김관진 한 사람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13년 방위사업청이 몇 년에 걸쳐 준비한 입찰 결과 보잉사의 F-15사일런트이글로 잠정 결정됐지만 방위사업추진위원장인 김 전 실장이 위원회를 다시 열어 부결시킨 뒤 스텔스기에 유리하도록 전부 사업계획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대해 “다른 경쟁 기종(F-13SE)으로 결정된 걸 뒤집어서 록히드마틴의 F-35A 스텔스 전투기로 변경한 것은 초법적으로 국책사업 추진 과정을 무력화시킨 것”이라며 “이게 정무적 판단이라면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