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X맨’일까. 송 장관의 이른바 ‘소신 발언’이 여권에는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여의도 정가에 떠도는 얘기다.
야당인 자유한국당 내에선 딜레마 상황에 놓인 듯한 송 장관에 공감을 표하거나 동정하는 발언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한국당 소속 김학용 국회 국방위원장은 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송 장관이 전날 국회 긴급현안질의 때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한 논란에 대해 ‘군 입장에서는 불쾌한 사항’이라고 답변하지 않았느냐”며 “국방부 장관으로서 소신있게 직무에 임할 수 없는 현실에 답답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만 한국당 대변인도 이날 ‘송영무의 딜레마’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적을 적이라 못하고, 살인마도 살인마라 못하는 송 장관의 입장이 안쓰럽다”며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을 까먹는 사람이라고 청와대와 여당의 몰매를 맞으면서 송 장관이 주눅이 든 것 같다”고 말했다.
송 장관이 전날 국회 긴급현안질의와 각종 상임위 답변에서 “우리의 주적이 누구냐”는 질문에 ‘북한’이라고 답하지 못하고, “천안함 폭침을 지시한 게 누구냐”는 질문에도 ‘김영철’이라고 답하지 못한 상황을 가리킨 얘기다.
지난달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송 장관은 5ㆍ18 진상규명특별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의원들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이 “이 법에 따르면 진상규명위원회가 수사 담당 검사에게 영장을 청구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하자 송 장관은 “실제 조사나 자료문건 요구에 무리가 있다는 것을 보고받고 있었다. 헌법에 위배되어서는 안 된다”고 동조했다. 민주당과 민평당 의원들이 5ㆍ18특별법 통과에 반대하는 거냐고 추궁하자 송 장관이 “헌법 위배 소지가 있다면 빨리 조정해서 통과시켜달라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또 같은 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송 장관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4월 첫 주에 재개될 것으로 안다고 말한 데 대해 “그 사람은 그런 것을 결정하는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이같은 송 장관의 언행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국방위 전체회의 시작 전에 이철희 민주당 간사가 송 장관을 따로 불러 20분 동안 얘기하더라”며 “민주당은 불참하기로 한 상황에서 이런 질문엔 이렇게 답하고, 어떤 말은 하면 안되는지 가이드라인을 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송 장관은 애초부터 김영철 방한 관련 국방위 현안질의에 출석하려고 했지만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막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한 모습이 노출되면서 경질 가능성을 전망하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뚜렷한 대과 없이 문 대통령과 10년 가까운 인연을 지닌 송 장관을 내치기는 어려울 거란 관측도 적지 않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