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 순익 총 11조원 넘어 7년만에 최대였지만…직원은 4000명 내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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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11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다. 2011년(14조5000억원)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그러나 인터넷ㆍ모바일 뱅킹 등 비(非)대면 거래 중심의 영업 환경 변화로 지난해 4000명 넘는 인원이 은행을 떠났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연합뉴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연합뉴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9개 은행(시중은행ㆍ지방은행ㆍ인터넷전문은행ㆍ특수은행 등)의 순이익은 지난해 11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2조5000억 원)보다 약 4.5배로 커졌다.

순이익이 급증한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부실이 줄었다. 2016년 산업ㆍ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은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막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이들 특수은행의 2016년 대손비용은 9조9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어느 정도 부실이 정리되면서 특수은행의 대손비용이 4조7000억 원으로 줄었다. 덕분에 4조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특수은행이 작년에는 2조8000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

다음으로 이자이익이 늘었다. 작년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37조3000억 원으로 전년(34조4000억 원)보다 2조9000억 원 증가했다. 금리 상승기에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6년 예대 금리차이는 1.95%였지만 작년에는 2.03%로 확대됐다.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2016년 1.55%에서 작년에는 1.63%로 개선됐다. 오승완 금감원 부원장보는 “국내 은행의 NIM은 미국 상업은행들(3.19%)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익성도 좋아졌다. 지난해 총자산을 굴려 얼마만큼의 순이익을 올렸는가를 의미하는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48%, 자기자본을 굴려 얼마만큼의 순이익을 올렸는가를 의미하는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6%를 기록했다.

2016년보다 각각 0.37%포인트, 4.63%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미국 상업은행의 수익성(ROA는 1.09%, ROE는 9.73%)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대개 돈을 많이 벌면 사람을 더 뽑게 마련이지만 은행들은 아니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된 금감원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은행 점포는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7077개다. 1년 동안 279개(3.8%)가 문을 닫았다. 은행원 역시 4338명(3.7%)이 짐을 쌌다.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은행원은 11만4295명이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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