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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한한령 끝났다 하지만 … 롯데 피해만 2조원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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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보복이 전방위에 걸쳐 본격화된 지 만 1년을 맞았다. 그 사이 정부 간 관계개선에 관한 합의(지난해 10월 31일)와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등 한·중 관계에도 변화가 있었다. 그때마다 정부는 사드 보복 조치가 곧 풀릴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냈다. 과연 그 기대는 현실로 이어졌을까. 본지는 서울과 베이징의 취재망을 가동해 사드 보복 개시 1년 뒤의 현장을 점검했다.

영업정지 안 풀려 롯데마트 못 팔아 #2월초 중국서 한·중 경제장관회의 #12개 기업 불렀지만 롯데는 빠져 #한류 드라마·영화·K팝공연 올스톱 #중국 포털 “일·태국 콘텐트로 대체”

롯데그룹은 사드 체계 배치를 위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가 성주골프장 부지를 국방부와 맞교환하기로 합의한 직후인 2016년 11월, 중국에 진출한 제과·케미칼·백화점·마트 등 롯데 계열사들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와 소방 점검, 위생안전 점검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동원 가능한 공권력을 총동원한 표적조사였다.

그 결과는 지난해 3월 1일부터 나타났다. 중국 내 롯데마트·수퍼 112개 점포 가운데 74곳에 대해 일제히 영업정지 명령을 내린 것이다. 나머지 매장 가운데 13곳도 불매운동 등으로 인한 영업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자체 휴업에 들어갔다. 처음엔 일시적 조치인 줄 여겨졌던 영업정지는 1년이 지나도록 풀릴 기미가 없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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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속이 타들어갈 지경이다. 긴급 자금을 투입해 종업원들의 월급을 지불하며 어떻게든 버텨보려던 롯데는 결국 ‘매각 후 철수’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난항이다. 인수 의사를 밝힌 태국 CP그룹 등 4~5개 협상 파트너들은 영업정지가 풀리지 않는 바람에 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7개 롯데 계열사가 3조원을 투자해 백화점·영화관·놀이공원 등을 짓는 선양(瀋陽) 롯데월드 프로젝트도 2016년 11월부터 ‘올스톱’ 상태다. 재계는 롯데가 입은 유·무형의 피해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본다. 롯데 관계자는 “시간을 갖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중국은 당장 어렵다고 보따리를 쌀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외교 당국자가 “선양 롯데월드는 상반기 중 공사 재개 승인이 날 것이란 희망이 있다”고 전망한 데 대해 롯데 측은 “구체적 움직임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2월 초 열린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계기로 롯데에 대한 보복 조치가 풀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 흘러나왔지만 실제 진전은 없었다. 오히려 롯데를 서운케하는 대목이 있었다. 당시 방중한 김동연 부총리가 중국 내 한국기업 12개 업체의 대표자를 불러 간담회를 개최하는 자리에 롯데는 빠졌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에 동행한 대규모 경제대표단에서 롯데가 빠진 것과 비슷하다. 정부 관계자는 “한·중 고위급 회담에서도 ‘우리 기업의 어려움을 풀어달라’고 에둘러 표현한다. 롯데의 ‘롯’자도 입 밖에 내기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문화산업도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받은 대표적 분야다. 한류 콘텐트를 안방 극장과 인터넷에서 몰아낸 한한령(限韓令)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행정 분야에 종사하는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의 중국 TV·포털 방영 ▶중국에서의 K팝 공연 ▶한류 스타의 중국 광고모델 출연 등 세 가지가 핵심 조치인데 여전히 손발이 묶인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로 ‘대박’을 터뜨렸던 중국 대형 동영상 포털의 판권구매 담당자는 익명을 전제로 “회사가 지난해부터 일본·태국 등지로 눈길을 돌리고 있어 지금은 솔직히 자리 걱정을 해야 할 판”이라고 털어놓았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서울=김영주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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