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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통계로 자사고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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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김진표(사진) 교육부총리가 23일 자립형 사립고(자사고)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자사고의 대표 격인 민족사관고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김 부총리는 이런 내용의 글을 이날 청와대.교육인적자원부 홈페이지 국정브리핑에 올렸다. 글의 부제는 '자립형 사립고를 늘려서는 안 되는 이유'였다.

그러나 김 부총리의 글 곳곳에는 사실 관계가 틀리거나 통계가 잘못 인용됐다. 또 자사고를 비판하기 좋은 통계는 가져다 쓰고 불리한 통계는 외면한 경우도 있었다. 민사고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 자사고 사교육비 뻥튀기=김 부총리는 "일부 언론에서 '고교평준화가 사교육비의 원흉인 것처럼, 또 자사고가 마치 사교육비 해소 대책이나 되는 것처럼 주장하며 자사고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반박 통계를 제시했다. "자사고 학생의 사교육 참여비율은 68.2%며 월평균 사교육비는 52만원"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는 2003년 전국 일반고 학생의 사교육 참여비율(56.4%)과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30만원)를 웃돈다고 김 부총리는 주장했다.

김 부총리가 인용한 수치는 한국교육개발원의 2005년 '자사고 시범운영 평가보고서'와 2003년 '사교육 실태 및 사교육비 분석 연구'에서 뽑아낸 수치다.

그는 또 자사고별 월평균 사교육비 표도 제시했다. 거기엔 민사고 학생의 사교육비가 104만5000원으로 돼 있다. 나머지 자사고는 32만6000원(광양제철고)~55만7000원(해운대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보고서를 자세히 보면 자사고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아니다.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학생들의 월평균 사교육비'일 뿐이다. 민사고 학생 중 사교육을 받는 학생은 11.6%, 나머지 87.8%는 안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계산하면 12만원에 불과하다. 해운대고만 46만6000원일 뿐 나머지 자사고는 20만원대다.

김 부총리는 또 "고교평준화(1974년 시작)는 과열 과외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개발원 보고서에는 "사교육 수강생 수는 계속 증가했다"고 돼 있다. 또 국민총생산(GNP) 대비 과외비 비율은 77년 0.36%에서 98년 3.1%까지 치솟았다. 가장 최근의 조사인 2001년엔 2.7% 수준이었다.

그는 "경기도 교육청이 2000년 7개 도시 학부모.학생.교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0~80%가 고교평준화에 찬성, 2002년 평준화 지역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도 교육청은 특수목적고 또한 계속 늘려왔다. 예정대로라면 2010년까지 27곳(현재 18곳)으로 늘어난다. 김 부총리는 "평준화 도입 당시 정신 장애 등 중3병을 앓는 학생이 전체 중학생의 27%나 됐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자료의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 민사고 때리기=김 부총리는 "자사고 하면 누구나 머리에 떠올리는 한 학교의 예를 들어보겠다"면서 '민족사관고'를 작심한 듯 공격했다. 영어영재프로그램(25일간 390만원)과 과학영재프로그램(6일간 60만원) 등을 언급하며 "이 학교에 입학하고 싶은 학생은 고액 사교육비를 지불하면서까지 부설캠프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민족사관고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엄세용 교감은 "이런 캠프에 참여한 학생이 더러 입학하긴 하지만 기껏해야 150명 중 10여 명 수준"이라며 "입학과 사실상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교육부 최진명 지방교육혁신과장은 이에 대해 "입학하려는 학생 입장에선 캠프에 참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유혹 내지 충동을 느낀다는 말"이라고 해명했다. 사교육비 통계에 대해선 "작성 단계에선 검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강북에 특목고와 자사고를 설립해야 한다(2003년)", "자사고를 20곳 정도로 확대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2005년 말)"고 하는 등 자사고 확대론자였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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