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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 자회사 17곳 중 흑자 5곳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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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철도청(현 철도공사)은 2004년 8월 전자화폐 회사 '브이캐시(V-Cash)'를 인수했다. 전자화폐 업체는 이미 4개나 있었고 모두 적자를 보고 있었다. 시장 전망도 불투명했다. 하지만 철도청은 무시했다.'브이캐시'는 그해 말까지 자본금 161억원을 모두 까먹었다.

철도청은 2004년 9월 '철도통합지원 센터'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사할린 유전 인수 사업 지원을 위한 통합 컨설팅 업무를 위해서다. 센터 설립이 철도와 무슨 상관이냐는 비난을 의식,"외부에서 연간 200건의 소송을 위임받을 수 있어 수익성이 있다"는 엉터리 사업분석서도 만들었다. 이 업체는 지금까지 수익은 없이 자본금만 까먹고 있다.

감사원은 22일 철도공사에 대한 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감사원은 "철도공사의 17개 자회사 가운데 브이캐시.철도통합지원센터.KTX관광레저.철도종합서비스.철도산업개발 등 5개 회사의 지분을 정리하라"고 권고했다. 없애라는 것이다. 또 "승차권 발매 업무를 나눠 맡고 있는 파발마.코레일서비스넷.IP&C 등 세 곳은 하나로 통합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 김용우 건설물류국장은 "8개 자회사는 매출액 719억원 중 98%가 공사에서 수의계약으로 따낸 것이어서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공사 경영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철도공사는 "감사원 자료는 2004년 기준으로 2005년에는 15개 계열사 중 KTX관광레저 등 11개사가 흑자로 전환됐다"고 주장했다.

최현철 기자

[뉴스 분석] 눈덩이 부채에 자회사 부실까지 겹쳐
공기업 대수술 '시범 케이스' 될 듯

감사원의 요구는 "철도공사의 자회사 절반을 정리하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오른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온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226개에 이르는 공기업에 대해 특별감사 중이다. 금융.건설 공기업 47개는 이미 현장감사를 마쳤다. 올 상반기에는 89개에 이르는 산하기관을 감사하고 있다.

전윤철 감사원장은 감사를 시작하면서 "역사적 임무를 마친 공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철도공사는 일종의 시범 케이스로 보인다.

철도공사의 자회사 17개 중 12개는 2004년 이후 설립됐다. 철도청에서 철도공사로 바뀌던 시기다. 하지만 전자화폐.관광.통합컨설팅 등 대부분 철도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들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민간인 신분으로 바뀌는 공무원들에게 자리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철도공사 17개 자회사 임원의 80%가 철도청 출신이라는 사실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해 준다. 그 결과 2004년 결산 기준으로 철도공사에서 이익을 내는 자회사는 다섯 곳뿐이었다. 부채가 10조원인 철도공사가 자회사 때문에 더욱 죽을 지경이 된 셈이다. 이런 마당에 철도공사는 "국가가 빚을 해결해 달라"고 요구 중이다.

감사원은 "공기업의 자회사 보유 기준은 공기업 기능의 일부를 맡되 민간이 진출하기 어렵거나 민간보다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기준대로라면 대부분의 공기업은 대수술을 받아야 한다.

최현철 기자

*** 바로잡습니다

3월 23일자 1면 '철도공사 자회사 17곳 중 흑자 5곳뿐' 기사에 첨부된 표 '철도공사 자회사 경영 현황' 중 경인ICD는 자회사가 아닌 출자회사라고 철도공사 측이 알려왔습니다. 감사원은 철도공사가 이 회사 지분 25%를 가지고 있지만 최대주주이고 최고경영자도 공사 출신인 점을 들어 자회사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자체 지분이 50% 이상인 곳만 자회사(계열사)로 분류하며 경인ICD와는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단순 출자회사'로 분류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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