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있는 힘을 다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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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있는 힘을 다해'- 이상국(1946~ )

해가 지는데

왜가리 한 마리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저녁 자시러 나온 것 같은데

그 우아한 목을 길게 빼고

아주 오래 숨을 죽였다가

가끔

있는 힘을 다해

물속에 머릴 처박는 걸 보면

사는 게 다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당신만 고통받고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도 내심은 고통받고 있다. 모두 온전해지려 애쓰고 있다. 지금 가난하더라도 내일의 당신을 가볍게 보지 마라. 스스로 해치는 사람이 되지 마라. 슬픔이 오거든 물로 불을 쫓아버리듯 재빨리 꺼버려라. 그리고 멀리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절하며 '나는 당신을 항상 가벼이 보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라. 나도 당신도 모두 '있는 힘을 다해' 살고 있으므로.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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