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자와 정상인의 인간적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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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장애자와 정상인들이 노래 속에서 함께 만나 어우러지는 창작음악 발표회 「삭개오의 잔치」가 14일 오후 7시 서울 기독교 1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린다.
앞을 못 보거나 팔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지만 마음만은 남 못지 않게 자유로운 장애자와 그 어머니들이 지은 노랫말에다 홍익대의 「뚜라미」와 연세대의「어울림」 등 노래모임의 대학생들이 곡을 붙여 장애자와 그 가족 및 재활원교사·대학생들이 함께 노래하는 이 음악회는 올해로 두 번째.
서울 YMCA가 「장애자에게 구경시키는 행사」가 아니라 「장애자가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행사」를 통해 정상인과 장애자가 스스럼없이 함께 사는 사회분위기를 가꾸려는 뜻에서 지난해 시작한 것으로 성경 속의 난장이 「삭개오」 이야기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하늘을 봅시다/거기엔 무엇이 있는지/하늘엔 푸르름이…/땅을 보고 걷는 사람들/모두 하늘을 봅시다」
전신마비로 평생을 슬레이트 지붕 밑 다락방에 갇혀 지내다 20세가 지나서야 처음으로 하늘을 본 감동을 두 손가락으로 종이에 옮긴 뇌성마비 장애자의 『하늘을 봅시다』의 가사다. 이 노랫말이 몸 성한 사람들의 「마비된 마음」을 새삼 일깨우듯 이번에 발표될 16곡 가운데는 정상인들이 자칫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삶의 소중함과 고마움이 유독 생생하게 살아있는 곡들이 많다.
연세대 노래패 「어울림」의 이윤화양(사회사업2)은 『장애자들과 함께 노래연습을 하는 사이 놀랍도록 맑고 아름다운 장애자들의 세계를 알게되니까 소위 정상인이라는 우리가 오히려 마음의 장애자가 아닌가 싶더라』면서 「장애」의 의미를 새로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김봉태씨(37)는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즐거움도 비길 데 없거니와 평소 담쌓고 지내다시피 해온 보통 사람들과의 스스럼없는 인간적 만남이 그저 고맙고 기쁠 뿐』이라며 『대개의 장애자들은 물질보다 흉허물 없는 대화에 훨씬 굶주려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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