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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종사자 94% "성희롱·성추행 당해봤다"

중앙일보

입력

'타임스 업'은 할리우드 배우·프로듀서·작가 등 여성 300여 명이 미국 내 성폭력과 성차별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올해 1월 1일 발족한 단체다. ‘타임스 업(Time’s Up)은 ‘이젠 끝났다’는 뜻. 지난해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 성추문 사건이 촉발한 성폭력 고발 운동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에서 비롯됐다.

'타임스 업'은 할리우드 배우·프로듀서·작가 등 여성 300여 명이 미국 내 성폭력과 성차별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올해 1월 1일 발족한 단체다. ‘타임스 업(Time’s Up)은 ‘이젠 끝났다’는 뜻. 지난해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 성추문 사건이 촉발한 성폭력 고발 운동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에서 비롯됐다.

미국 할리우드 연예산업에 관련된 배우와 작가, 감독, 제작자, 편집자 등 종사자 10명 중 9명이 적어도 한 번 이상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신문 USA투데이가 국립성폭력지원센터와 함께 할리우드 연예산업 종사자 8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4%가 '어떤 형태로든 한 번 이상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성희롱·성폭력의 유형(복수응답)으로는 '원하지 않는 성적 농담과 제스처(87%)'가 가장 많았다. 자신이 직접 당하지 않더라도 '불쾌한 성적 언급을 경험하는 다른 사람을 지켜봤다(75%)'고 답했다.

'성적인 방식의 접촉(69%)', '고용주·감독자로부터의 성적인 접근 또는 이를 지켜보는 것(65%)'이 뒤를 이었다. '성적 행위 또는 성관계 제안'도 절반이 넘는 64%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35%는 호텔 객실이나 침실과 같은 부적절한 환경에서 업무 활동이나 회의를 열 것을 요청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동의 없는 성적 사진의 노출(39%)', '타인의 신체 노출(29%)', '강제적인 성행위 요구(21%)', '오디션 현장에서의 예상치 못한 노출 명령(10%)' 등도 조사됐다.

가해자는 대부분 권력을 지닌, 나이가 많은 남성으로 나타났다. 감독, 연출, 에이전트 등 업계에서 어느 정도 권한을 가진 이들이 29%를 차지했다. 동료(24%)와 상사·고위관리자(20%)가 뒤를 이었다.

할리우드는 최근 유명 여배우들의 성폭력 경험 폭로로 '나도 당했다(Me too)' 운동의 진원지가 된 곳이다. USA투데이는 "지난 수개월 간 로즈 맥고언, 기네스 펠트로, 애슐리 주드, 셀마 헤이엑 등 여러 여배우로부터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과 같은 사람들에게서 당한 성폭력 증언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성추행·성희롱이 자행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성폭력이 만연하지만 적절한 구제방법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 행위에 대한 강요를 당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린 경우' 4명 중 1명 수준이었다. 또 '성희롱 사실을 폭로하고 난 뒤 자신의 근무 여건이 개선됐다'고 응답한 경우는 28%였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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