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 연예산업에 관련된 배우와 작가, 감독, 제작자, 편집자 등 종사자 10명 중 9명이 적어도 한 번 이상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신문 USA투데이가 국립성폭력지원센터와 함께 할리우드 연예산업 종사자 8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4%가 '어떤 형태로든 한 번 이상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성희롱·성폭력의 유형(복수응답)으로는 '원하지 않는 성적 농담과 제스처(87%)'가 가장 많았다. 자신이 직접 당하지 않더라도 '불쾌한 성적 언급을 경험하는 다른 사람을 지켜봤다(75%)'고 답했다.
'성적인 방식의 접촉(69%)', '고용주·감독자로부터의 성적인 접근 또는 이를 지켜보는 것(65%)'이 뒤를 이었다. '성적 행위 또는 성관계 제안'도 절반이 넘는 64%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35%는 호텔 객실이나 침실과 같은 부적절한 환경에서 업무 활동이나 회의를 열 것을 요청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동의 없는 성적 사진의 노출(39%)', '타인의 신체 노출(29%)', '강제적인 성행위 요구(21%)', '오디션 현장에서의 예상치 못한 노출 명령(10%)' 등도 조사됐다.
가해자는 대부분 권력을 지닌, 나이가 많은 남성으로 나타났다. 감독, 연출, 에이전트 등 업계에서 어느 정도 권한을 가진 이들이 29%를 차지했다. 동료(24%)와 상사·고위관리자(20%)가 뒤를 이었다.
할리우드는 최근 유명 여배우들의 성폭력 경험 폭로로 '나도 당했다(Me too)' 운동의 진원지가 된 곳이다. USA투데이는 "지난 수개월 간 로즈 맥고언, 기네스 펠트로, 애슐리 주드, 셀마 헤이엑 등 여러 여배우로부터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과 같은 사람들에게서 당한 성폭력 증언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성추행·성희롱이 자행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성폭력이 만연하지만 적절한 구제방법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 행위에 대한 강요를 당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린 경우' 4명 중 1명 수준이었다. 또 '성희롱 사실을 폭로하고 난 뒤 자신의 근무 여건이 개선됐다'고 응답한 경우는 28%였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