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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의 점성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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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히틀러」는 점성술사의 말을 듣고 작전계획을 세웠다.
영국군 첩보부대는 이 말을 듣고 부랴부랴 그 점성술사를 고용했다. 어디까지 믿어야 좋을지 모르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격이다.
요즘은 세계 초문명 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의 대통령이 점성술가의 말을 듣고 행차를 한다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타임지는 그가 바사르 대학 출신「조앤·키글리」부인이라는 이름까지 알아냈다.
하긴 비서실장을 지낸「D·리건」이 그의 회고록에 적어 놓은 것이니 허황된 얘기만은 아니다.
「레이건」의 호주머니 속에 늘 동전과 금으로 된 부적을 갖고 다닌다거나, 식사 전에 왼쪽 어깨에 소금을 뿌린다는 정도는 웃어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미소 정상 회담을 앞두고「고르바초프」와 만나 중거리 핵 전력협정을 맺는 시간까지 점성술에 물어 보았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점성술에 따르면 인간은 생년월일과 시에 의해 그 성격이 결정된다고 한다. 또 사람의 천성은 그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지구를 도는 주요한 혹성인 화성, 목성, 토성이 어떤 위치에 있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의 심리학자「미셸·고클랭」은 세계의 이름난 과학자 3천6백47명을 상대로 조사해본 결과, 대부분은 토성이 그들의 머리 위에 머무를 때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격도 서로 비슷해 모두 토성적 성격을 갖고 있었다. 내성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1982년「레이건」의 전용기가 떨어지고, 「호메이니」가 죽고, 그 이듬해 소련 공산당 서기장「안드로프」가 백악관에서 바비큐를 뜯고 하는 점성술은 모두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세월이 하 수상하면 분주해지는 사람들이 점장이들이다.「레이건」도 정신병자의 총 한번 맞고 나서「낸시」부인이 점장이를 눌러 들인 것 같다.
『이솝의 우화』가 생각난다. 길가에 앉아있는 한 점장이를 보고 누가 당신 짐에 도둑이 들었다고 얘기해 주었다.
점장이는 그만 기겁을 하고 자기 집으로 달려간다. 이 광경을 바라본 손님은 껄껄 웃고 있다. 무슨 뜻인지 짐작이 간다. 요즘 미국과 설왕설래되고 있는 주한 미군 주둔비 분담문제도 설마「키글리」여사가 낸 아이디어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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