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기 성추행 두 번째 피해 주장 여성 등장 "옷 속에 손 집어넣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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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기. [사진 윌엔터테인먼트]

조민기. [사진 윌엔터테인먼트]

영화배우 겸 전 대학교수 조민기(52)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또 다른 피해자가 나타났다. 신인 배우 송하늘씨에 이어 두 번째다. 송씨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씨가 학생들을 자주 본인의 오피스텔로 불러 추행하는 등의 일을 저질러왔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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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청주대 홈페이지 청대인 게시판에는 '조민기 교수 성추행에 대한 피해 사실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된 글이 올라왔다. 제보자 김모(여)씨는 "보고 들은 것은 수도 없이 많지만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은 당사자 선택이기에 직접 겪은 일에 한해서만 서술하겠다"고 했다.

김씨는 "조씨는 교내 워크숍이나 오디션에 대한 대화를 나누자는 명분으로 본인 오피스텔로 학생을 부르곤 했는데 저 역시 혼자 불려간 적 있다"며 "단둘이 술을 먹다 조씨가 '자고 가라'는 말을 했다. 거절 못 할 술을 더 먹느니 자는 척을 하다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침대에 누웠는데 조씨가 옆에 누워 옷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워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못한 채 조씨는 옷 속에 손을 넣은 채로 잠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조씨는) 학생들 있는 앞에서 여학생에게 입맞춤하거나 허벅지를 만지는 행동을 수도 없이 했고,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 이름을 언급하며 '너 걔랑 성관계했잖아. 하니까 좋아?'라는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며 "연극학과 학생들이 피해를 고발하지 못한 건 이미 입지가 두터운 배우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가 수두룩한데 조씨 측이 발표한 '사실무근'이라는 보도에 화가 난다"며 "잘못을 했으면 인정을 하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조씨가 재직했던 청주대 측은 복수의 학생들로부터 제보를 받아 성추행 의혹과 관련, 자체 조사를 벌인 뒤 조 교수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학교 측은 조씨가 제출한 사직서를 20일 수리했다.

조씨 소속사 윌엔터테인먼트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성추행 관련 내용은 명백한 루머고 교수직 박탈과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조씨는 2004년 청주대 겸임교수를 시작으로 2010년 연극학과 조교수로 부임해 지난해까지 학생을 가르쳤다.

김모씨가 청주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

저는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졸업생입니다. 조민기 교수는 수년동안 제자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해왔습니다. 저도 그 피해자 중 하나입니다. 보고 들은 것은 수도 없이 많지만,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은 당사자의 선택이기에, 저는 제가 직접 겪은 일에 한해서만 서술하겠습니다.

조민기교수는 교내 워크샵이나 오디션에 대한 대화를 나누자는 명분으로, 학교가 아닌 학교 근처에 있던 본인의 오피스텔로 학생들을 부르곤 했습니다. 제가 입학 했을 때 부터 이미 재학생들 사이에서는 조민기 교수가 성추행을 일삼는다는 소문이 어느 정도 공공연하게 퍼져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연락으로 술자리에 불려갈 때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다른 학우들에게 연락을 하여 함께 찾아가기도 하고 연락 자체를 피하기도 했었으나 조민기교수와는 학교에서도 계속 마주쳐야했고 조교를 통해서 ‘조민기 교수가 널 찾으니 과사무실로 와라’는 연락을 몇 번 받기도 했기에, 더이상 피할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민기교수의 오피스텔에 혼자서 불려간 적이 있습니다.

그날 저는 조민기교수의 오피스텔에서 단 둘이 술을 마셨고, 조민기교수는 저에게 ‘여기서 자고 가라’는 말을 했습니다. 여학생들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은 일전에도 여러 번 있었고, 그날도 저는 거절 못할 술을 더 먹느니 차라리 자는 척을 하다가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침대에 누웠고 조민기교수는 제 옆에 누워 제 옷 속에 손을 집어넣었습니다. 저는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워서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못하다가, 잠결에 뒤척이는 척 엎드렸고 조민기 교수는 제 옷 속에 손을 넣은 채로 잠들었습니다.

그 이외에도 재학생들이 여러명 있는 술자리에서 입이나 얼굴에 입맞춤을 하고 손을 잡고 허벅지를 만지는 등의 행동은 너무나 부지기수였고, 당시 같은 과에 재학중이던 제 남자친구 이름을 언급하며 "넌 00이랑 섹스했잖아. 00이랑 섹스하니까 좋아?" 라는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조교를 비롯한 몇몇 선배들에게 제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네 몸은 네가 알아서 간수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연극학과 학생들에게 조민기라는 사람은 교수일 뿐만 아니라 본인이 몸담고자 하는 직종에서 이미 입지가 두터운 배우이기때문에 누구도 피해사실을 당당하게 고발하지 못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년 11월 조민기 교수의 성추행 사실이 한 선배를 통해 학교측에 알려지고, 증언을 하겠다고 나선 저와 몇몇 친구들에게 사건의 향후 방향성에 대한 커다란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저와 그 친구들은 '적어도 우리의 후배들에게 우리와 같은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고 의견을 모았고 언론화는 하지 않되 교내에서는 공론화를 시키고 재학생들이 원한다면 조민기교수가 사직을 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짓자고 학교 교수님들과 이야기 했었습니다. 그 결과 조민기교수가 교수직에서 물러났고 그렇게라도 마무리지어졌으니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언론화가 되었고 피해자들이 수두룩한데도 조민기교수측에서 발표한 ‘전혀 사실무근이며 법적으로 강경대응 하겠다’는 글을 보니 어이가 없고 너무나 화가 납니다. 잘못을 했으면 인정을 하고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또한 선뜻 용기내서 자신의 상처를 세상에 드러낸 친구들이 있으니 저 또한 더이상 조용히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적습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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