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 "호남 표심 잡아라"… 정동영 의장, 1주 전 박 대표 코스 밟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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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21일 여수시 남산동 시장 상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여수=국회사진기자단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21일 전남 여수와 광주를 찾았다. 이곳을 1주일 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똑같은 코스로 다녀갔다. 정 의장은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을 언급하며 "한나라당과 박 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간 박 대표는 정 의장의 고향인 전주를 누비고 있었다. 정 의장은 이어 "한나라당은 교도관 성추행 사건으로 천정배 법무부 장관더러 사퇴하라고 하는데 당 대표가 임명한 사무총장(최 의원)이 여기자를 성추행했으니 똑같은 잣대를 대라"고 공격했다. 그러곤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정 의장은 여수 시민회관 정책 간담회에서 "이곳에 오니까 우리가 '여당' 같다"고 말했다. 당원들의 사기를 높이려는 발언이지만, 열린우리당에 차가운 전남지역 정서를 역설적으로 실감케 한 대목이다. 전남에선 열린우리당이 여당이 아니라는 소리다. 이 지역의 맹주는 민주당이다. 열린우리당이 생긴 후 치러진 각종 재.보궐선거를 보면 민주당 지지세는 더욱 확고해지는 추세다. 열린우리당은 호남 민심이 등을 돌릴 경우 수도권과 충청권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최근 민주당이 광주시장과 전남지사 후보 선출을 놓고 삐걱거리는 모습에 고무돼 있다. 정 의장은 광주에서 "영남은 한나라당 일색"이라며 "부족한 여당의 힘을 (호남에서) 채워 달라"고 호소했다. 열린우리당은 간담회에서 집권당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 ▶여수 엑스포 유치 지원▶KTX 전라선 익산~여수 구간 2010년까지 개통▶광주 군용비행장 소음 피해 보상대책 수립 등 지역 숙원사업의 해결을 약속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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