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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전교조 뒤늦은 유감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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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꼭 3년 만인 2006년 3월 20일. 서울의 K중에서 지난 1월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던 한 여성이 회식 자리에서 이 학교의 W교사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W교사는 이 일로 구속된 사실이 인터넷을 타고 번졌다. 인터넷에서 W교사의 사진이 돌아다니고, 이 교사가 전교조 소속 교사라는 네티즌들의 주장도 쏟아져 나왔다. 전교조는 W교사가 구속된 지 6일 만인 21일 저녁, 뒤늦게 "성폭행 사건에 조합원이 연루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3년을 시차로 두 사건 모두 기간제 교사가 관련돼 있다. 하지만 전교조의 태도는 이번에 눈에 띄게 달랐다. 3년 전 차 심부름 사건 때 전교조는 기간제 교사 인권을 주장하며 학교장을 압박했다. 조합원들이 몰려가 학교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번 사건에 대한 전교조의 대응은 느슨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사건을 "18일 알았다"고 했다. 그 후 21일 오후까지 전교조 측은 "진상 조사 중"이라는 말만 했다. 심지어 임병구 대변인은 "B초등과 K중의 사건은 인권 침해와 사생활이라는 점에서 별개"라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전교조 홈페이지에서 "왜 진상을 밝히지 않느냐. 조합원이라고 감싸느냐"는 항의 글이 빗발쳤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다 밤늦게 '유감'성명서를 냈다.

특히 이번 일은 지난해 11월 전교조 고성지회가 경남 C중 K교장을 지목해 "학생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한 파렴치범"이라고 비난한 것과도 대비된다. 전교조가 자신의 허물엔 너그럽고, 남에겐 한없이 엄격한 '이중 잣대'를 가진 게 아닌가 싶다. 전교조는 남만 탓할 게 아니라 자신에게 보다 엄격해져야 한다.

강홍준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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